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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왔다

청산(푸른 산) 2012. 5. 12. 10:31
★청산인

웃음이 왔다 - 유홍준 비굴하게 왔다 당당하게 왔다. 절뚝절뚝 왔다 한 쪽 입술이 홱 돌아가는 웃음이 한 쪽 입술이 홱 삐뚤어지는 웃음이 구안와사 웃음이 트럭으로 한 트럭 왔다 광주리로 한 광주리 왔다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왔다 너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왔다 병신아 병신아 너밖에 없다고 왔다 하루에도 열두 번 왔다 발신자 없는 웃음이, 우편물 같은 웃음이 내 얼굴을 마스크처럼 썼다 벗었다 책갈피처럼 넘겼다 덮었다 나의 웃음이 나의 얼굴을 확대, 해석했다 나의 웃음에 나의 뺨이 씰룩거렸다 더러운 입가에 더러운 밥풀로 묻은 웃음, 버터로 묻은 웃음 케첩으로 묻은 웃음, 냅킨으로 닦으면 닦이는 웃음 아직도 남아 있나 없나 화장실 가서 손 씻으며 가만히 들여다보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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