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 이수미
오월까지 누워버린 당신을 읽어요
입구에서 출구까지 쿵쿵거리며 달게
자랐던 꽃들도 유즙처럼 말라붙고
개미 지나는 간지러움도 모른체
죽음을 내 보이나요
흙속의 난투극, 갈라진 발, 엄숙한 상처, 벌집 같은 속내
그 안에 비가 내렸어요
당신의 뻥 뚫린 헐어진 그곳에서
밤이면 허울좋게 돌아와 바람의 입인 냥 울고
하루를 삼킨 구정물을 밤새 순화시키고 다시 섰다는 걸요
표피들이 괴물처럼 벗겨져 문둥병처럼 뚝뚝 떨어져도
여전히 따뜻하네요
영혼을 보내고 숨을 보냈어도
내 몸을 받쳐주는 당신의 무의식이 끝까지 함께 하죠
가지 말아요
유년의 두꺼비 집처럼 내 심장으로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