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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사람

청산(푸른 산) 2013. 5. 7. 20:15
★청산인

산책하는 사람 - 김경인 나는 계속 같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지루한 이야기를 위해 백년간 돌아가는 물레처럼 잠을 깨면 내게 매달린 너무 많은 창문 커다란 자석에 이끌리지 않기 위해 뒷걸음치는 아주 작은 쇳가루처럼 나는 나로부터 가장 먼 창문 먼 곳에서 더 먼 곳까지 재로 만든 도시와 이름 없는 개들의 식탁에서 내가 돌아오는 동안 길은 손가락을 활짝 펼치듯 다섯 여섯 그리고 아홉 개의 가장 빛나는 날개털을 보여주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탕아처럼 서둘러 골목을 빠져나간다 불 꺼진 집들이 창문을 매달고 각자의 비밀을 향해 날아오르고 나는 나에게 남은 아흔 아홉 개의 털실 돌아오다 실수로 흙탕에 떨어진 한 올 다만 여기에 남아 조금도 깨지지 않은 완벽한 유리의 세계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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