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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

청산(푸른 산) 2013. 5. 6. 06:07
★청산인

도서관 가는 길 - 인디고 편의점에서 산 캔커피 뚜껑을 딱, 하고 열어젖힌 바로 그 순간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여자 그러나 나는 온몸으로 여자를 직감한다 가지런히 벗어놓은 신발 한 켤레 난간 너머는 천길 벼랑이다 랄랄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자가 나부끼는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있다 눈을 찌르는 햇살이 바늘 같다 아침엔 눈발이 날렸는데 여자는 맨발이다 벚꽃잎 몇 조각 날아와 여자의 희디흰 발등에 화인처럼 찍힌다 여자의 옷자락에선 물비린내가 난다 바람을 쐬러 간다는 말을 유언처럼 남기고 집을 뛰쳐나온 여자 강물은 흘러 흘러 바다로 갔지만 강물로 뛰어든 여자는 바다로 가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갔다 바람이 분다 풀풀 벚꽃잎 날린다 벚꽃이 만개한 산자락을 후광처럼 두르고 난간 위의 여자는 말이 없다 과월호 얻으러 광나루 도서관 가는 길 아릿한 통증이 미간을 파고든다 입안의 커피가 익모초 즙액처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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