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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한마당

청산(푸른 산) 2013. 5. 1. 10:17
★청산인

라디오 한마당 - 곽문연 텃밭에서 돌아오신 아버지 얼굴에 봄이 묻어 있었다 긴 전선을 물고 전봇대에 걸린 스피커에서 봄바람 같이 쏟아지는 아아, 마이크 시험 중입니다 면사무소 아저씨 목소리에도 파릇파릇 물이 올랐다 아버지는 서둘러 마루기둥에 대못을 박고 사각의 스피커를 걸었다 주파수가 찾아낸 낭랑한 목소리 볼륨을 높이면 동백아가씨가 마을로 달려왔다 지지직 후렴처럼 뒤따르던 잡음 사이로 동백꽃이 붉게 피어났다 가마니 펴고 마당에 둘러앉은 동네 어른들 봄기운에 움츠린 어깨가 펴지고 하얗게 내려앉은 달빛 그림자를 밟으며 누나와 함께 두둥실 하늘 높이 뛰어 올랐다 아버지 팔뚝에 힘줄이 솟아오르고 시중들던 어머니 얼굴이 보름달처럼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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