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입이 크다 - 전다형
어리석은 딸이 바닷길 열고
지구 반대편으로 어학연수 떠난 사흘간,
고삐 잡힌 마음이 말뚝도 없던
전화기 주위를 빙빙 돌았다
전화기가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내 목을 칭칭 감았다 풀었다
안절부절 못하던 근황이
그믐으로 깔리던 나흘째.
물 젖은 안부를 입에 문 나비 모양의
전화기가 나를 꿀꺽 삼켜버렸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잘 지낸다는 말 한 마디가 힘이 세었다
전화기가 내 손을 가볍게 내려놓으며
한시름 놓는 눈치였다
꼭꼭 얼어붙은 몸을
푼 봄 햇살이 집을 에워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