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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 최경순

청산(푸른 산) 2015. 11. 18. 12:08

낙엽 / 최경순

청명한 가을 하늘이
제아무리 드높다 한들,
색동저고리가 
제아무리 이쁘다 한들,
햇살에 다 타버린 속절없는 시간
이제는
서릿바람의 헛날개짓에 놀라
등갈색 저고리 갈아입고
본적지인 산자락에서 
미련 떨지 않으려 내려왔다
출생지인 나무에서도 
청승 떨지 않으려 내려왔다
등갈색 문장들이 떨어지며 중얼거린다 
언젠가,
마음이 지독하게 허허롭거든
나를 밟으소서
맑은 영혼을 담아 밟으소서
또,
마음이 죽도록 시리거든
눈 덮인 나를 밟으소서
그리움을 듬뿍 담아 밟으소서
이제야,
서릿바람이 써 내려간 시집 한 권,
낙엽을 꺼내 놓습니다
파란만장했던 세월
바닥에 초고(草稿)를 깔고 
낙엽처럼 눕는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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