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술,/소문난맛집

할매고등어 정식

청산(푸른 산) 2010. 12. 17. 20:13

부산시에서 발행하는 부산뉴우스에 게재된 서민음식을 소개합니다.

한 번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용호만에서 채선일드림

 

어머니와 고등어

'묵자'의 Food Talking ②

‘묵자’ 두 번째 인사드립니다. 오늘 소개할 집은 어디일까요? 이곳을 소개하려니... 노래가 흥얼흥얼 거려지는데요.

1983년도에 산울림이 발매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에 실려 있는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입니다.
 



작곡가 겸 작사가인 김창완은 늦은 밤 문득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발견했나 봅니다.

범상치 않은 작곡가라 그런지… 예사로이 지나치지 않고 ‘자식에게 정성을 다하는 어머니의 큰 사랑’을 고등어에 투영시킵니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특유의 창법과 리듬감으로 표현하며 ‘어머니와 고등어’를 유행시켰는데요.

 모CF에도 나왔으니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이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다보면 어머니가 보고 싶어지고, 고등어가 먹고 싶습니다.

그러다 어머니가 해주는 하얀 쌀밥이 그리워집니다. 이럴 때, ‘묵자’가 찾는 곳이 있습니다.
 

새벽녘 자갈치로 가는 길.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가 귓전을 때립니다. 어린 시절 이른 아침 곤히 잠든 우리를 깨우는 건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였습니다.

 ‘따다다다닥 따다다다닥‘ 맑고 경쾌한 칼질 소리. 그 소리를 들으며 부스스 눈을 뜨곤 했는데요. 유년시절 깊은 잠을 깨우던 흥겨운 도마 소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왠지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예상처럼 새벽을 깨우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분주한 소리가 어머니의 도마질 소리처럼 흥겹습니다.




지하철 자갈치역에 내려 수협으로 가는 골목길로 들어서면 똑같이 생긴 허름한 고등어구이 집 3개가 나란히 붙어 있습니다.

그중, 맨 오른 쪽에 있는 ‘할매 고등어구이 정식’이 오늘 소개할 집인데요. 허름하면서도 낡아 보이는 게 족히 30년은 되어 보이는

오래된 가게입니다. 헌데, 웬일일까요… 3.4평 남짓 좁은 공간에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이 빽빽하게 앉아 식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여럿이 삼삼오오 몰려온 경우도 있고요. 혼자 와서 모르는 분들과 합석해가며 ’고등어 정식‘을 맛나게 드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들, 뭐가 그렇게 맛있는지… 숟가락 한가득 밥을 퍼서 입 안 가득 머금고 양볼을 오물조물 즐겁게 움직입니다.

대부분 오래된 단골들이고, 나머지는 소문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입니다. 이날 아침만 해도 “서울에서 왔다”, “대구에서 왔다”며 전국구로 활동하는 분들 여럿 만났습니다.

 “대체, 뭐가 그렇게 맛있어서 여기까지 왔냐? 이 조그만 가게를 어떻게 알고 왔냐?” 물으니… “소문 듣고 왔다” “아침에 이 밥을 먹어야 일이 잘 풀린다!”

 “그냥, 속이 든든하고 힘이 난다!” “다른 집하고는 밥맛이 틀리다 ~” 귀띔해줍니다.
 

밥이라고 다 같은 밥이냐! 밥맛부터 다르다!
고등어라고, 다 같은 고등어가 아니니… 맛의 비결은 바로, 연탄입니다.
모퉁이부터 다른 음식점과 달리 눈에 띄는 게 있는데요. 요즘 도통 보기 힘든 천연기념물 연탄화로 3개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고슬고슬 새하얀 밥도, 시원한 시래기 국도, 걸쭉한 된장찌개도 이곳에선 가마솥에 올려 은은한 연탄불로 끓여냅니다.

 25개의 조그만 연탄구멍이 만들어내는 맛의 조화를 무엇이라 표현해야 될까요… 투박하면서도 구수한 어머니, 아니 할머니의 맛이라고 해야 할까요…


 

밥과 국이 이럴 진데, 고등어는 두말하면 잔소리죠. 활활 타오르는 은근한 연탄불에 커다란 번철을 얹고,

기름을 넉넉히 두른 다음,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고등어를 지글지글 구워내는데… 아~ 고등어 익어가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멀리서 단골이 눈에 띄면, 이 집 단골인지 알아채고 며느리는 ‘정식 추가’를 외칩니다. 이 집 밥 가격이 ‘100원’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찾았다는 손님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해준 맛이라… 그 맛이 그리워… 30여년 이곳을 찾는다“ 합니다.

지금은 며느리가 이곳을 지키고 있지만, 원래 73세 최진선 할머니가 40여 년간 지켜온 곳입니다. 당시, 할머니는 새벽 2시30분이면

어김없이 셔터를 올리고, 고등어구이며, 시래기 국, 된장국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지금도 할머니의 손맛이 베인 그 투박한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간판 이름도 ‘할매고등어정식’아입니까. 그때 그 시절, 할머니가 차려내어

지금까지 내려오는 할매표 밥상이란 솔직히 단출하기 그지없습니다. 슥싹슥싹 버무린 무채에, 콩나물 무침, 전어젓갈로 버무린

고추 장아찌, 빠지면 서운한 김치, 고등어구이, 된장찌개, 시래기국과 하얀 쌀밥이 답니다. 여기에 구수한 숭늉 한 그릇 올리면 완성! 한 상 차리고 보니 참 단출하죠.


간단하고 볼품없어 보이는데… 한번 숟가락을 들기 시작하면 마술에 걸린 듯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 쉴 새 없이 숟가락을 놀리며 먹게 되는데요. 한 그릇을 다 비우고도 왠지 아쉬워 숭늉을 벌컥벌컥 마시게 됩니다.

인심은 얼마나 후한지 고등어나, 밥, 국, 찌개 무엇이든지 리필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인심 후한 할매표 밥상이 단돈 3,500원.

새벽부터 일 나오는 자갈치 아지매들, 고된 일에 지친 아저씨들에게 싸고 푸짐하게 팔기 위해서가격을 올릴 수가 없답니다.

서민들의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어머니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밥상이죠. 지금도 새벽 2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문을 열고,

 밤 9시면 문을 닫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요즘은 할머니는 가게에 안 계시고, 며느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맛은 변함없다고 하니… 출출하거나 허기 질 때 들르시길 바랍니다. 할매고등어정식 051)245-9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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