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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째 85년 한정식 역사의 집 전남 해남 '천일식당'

청산(푸른 산) 2010. 8. 11. 10:18

3대째 85년 한정식 역사의 집 전남 해남 '천일식당'

젓갈만 5가지…32가지 반찬에 상이 비좁네


전남의 곳곳은 음식으로 유명하다. 그중 장흥은 한우, 벌교는 꼬막, 무안은 뻘낙지, 그리고 해남은 한정식으로 꼽힌다고들 한다. 그러자 천일식당(전남 해남군 해남읍)의 주인 오현화(51)씨는 "해남은 모든 음식을 다 잘하는 곳"이라고 정정했다. "굳이 '남도 한정식'이라고 말할 때는 해남의 한정식을 두고 하는 말이에요."


해남에서 한정식으로 유명한 천일식당은 그러니까 남도 한정식의 대표적인 식당으로 꼽히는 집이다. 내비게이션에 나와 있었다. 오씨는 "평일에는 외지인과 해남사람들이 섞여 오지만 주말에는 100% 외지인들이 찾는다"고 했다. 부산 대구에서 소문을 듣고서 많이 온단다.


1924년 오씨의 시할머니가 문을 연 이래 시어머니, 오씨로 이어진 3대 85년 역사의 집이다. 오씨는 21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화려한 색깔' 어울려 밥도둑도


상다리가 부러졌다. 오씨는 "그렇게 예쁘지 않다"고 했지만 32가지 반찬이 화려한 색깔로 어울린 채 차려졌다.


젓갈만 5가지다. 밥도둑 다섯이 숨어 있는 셈이다. 전어밤젓 창란젓 어리굴젓 밴댕이젓 토하젓. 모두가 맛깔스럽게 어느 하나 덜어낼 게 없었다. 역시 밥도둑이었다.


어리굴이 삭은 그 맛이 일품이었는데 옆에서는 "전어밤젓 하나만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하겠다"며 감탄이다. 일행 4명이 한결같이 얕은 젓갈 접시 속에 깊이도 빠져버렸다. 남도 음식의 본령을 보는 것 같았다. 음식의 최고 단계는 발효 음식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한자락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오씨는 85년 역사를 잇는 것은 자기 희생과 끈기 없이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젓갈의 맛에서 그 한 편린을 맛보았다.


5가지 젓갈에 혀와 입을 한참 빼앗기고 있는데 그 옆의 꽃게장이 또 눈에 들어온다. 복병 밥도둑이다. 게장의 살이 입속으로 물컹하며 와락 달려든다. 이 맛이다.


· 모두 지역 음식 '로컬푸드'


반찬의 맛깔은 정성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그 정성의 요체로 꼽히는 게 재료이다. 해파리무침은 흔히 보는 해파리로 무친 게 아니었다. 넓적해 값비싸다는 해파리가 쫀득쫀득 시원했다. 감태무침이 계절을 만끽하라며 향긋하다. 우뭇가사리, 톳나물의 양념에 식초가 약간씩 들어 입맛을 기분좋게 감돌게 만든다.


오씨는 "청어구이도 먹어보라"며 권한다. 역시 재료가 싱싱해야 맛이 난다. 청어의 살이 보드랍고 시원했다. 청어구이가 시원하다는 말은 거짓이면서 참이다. "대체로 청어의 왜는 연장자들이 좋아하고 알은 연소자들이 좋아하더라"고 오씨가 거들었다. 설명도 한 맛을 거드는 법이다.


더덕처럼 보이게 요리했다는 도라지무침, 적당한 군동내가 감도는 물김치, 간간한 간이 배어든 무 맛이 일품인 고등어찜, 젓갈이 맛있는데 두 말 해서 뭣하랴며 또 다른 맛을 과시하는 숙성한 맛의 김치, 해남 김과 해남 시금치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역 음식, '로컬 푸드'라는 데 있었다. 시락국의 맛이 구수하다는 것을 빠뜨릴 수 없겠다.


· 남도의 맛깔은 어디에서 오는가


손님들 중에는 아버지와 함께 왔던 이가 세월이 지나 아들을 데리고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벽에 붙어 있는 사인을 보니까 고건 전 국무총리, 탤런트 최불암, 무슨 장관 아무개, 국회의원 모씨들의 이름이 붙어 있다. 이런 것도 전통의 일부다.


이 집 메뉴는 떡갈비정식(1인 2만원)과 불고기정식(1인 1만5천원), 2가지뿐이다. 부엌은 숯불 위에 떡갈비를 구워내느라 연기로 덮여 있다. 시골 마을의 옛 집에서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향기가 구수하다. "손님이 다 나의 연인"이라는 주인의 말이 또한 구수했다. 그게 남도의 맛이다.


이 집은 방방으로 이뤄져 있다. 방마다 해남 명승지들의 이름이 다 붙어 있다. 송지달마사(미황사), 우항리(공룡화석지), 고천암(철새도래지)…. 해남에 공룡화석지도, 철새도래지도 있구나 싶다.


우리는 '대흥사' 방에 들어가 남도 음식의 삼매에 들었다. 오전 8시30분~오후 10시. 061-536-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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