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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동 맛집 (2)

청산(푸른 산) 2010. 8. 11. 10:15

이 기사는 부산일보(09. 2. 26일자) 기사임

 

 

중앙동 맛집 (2)

중앙동이 그립습니다." "그곳에서의 술자리는 왜 그렇게 푸근하고, 넉넉하고, 구수했던지…." "그 시절 함께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함께 그리워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동 맛집 순례 1편'을 보고는 중앙동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글을 남겨주었다. 특히나 부산을 떠난 이들에게 중앙동에서 먹던 음식은 향수 그 자체였다. 젊은이들이 자기 단골집이 나왔다고 좋아하는 건 뜻밖이었다. 오늘 두 번째로 중앙동 맛 나들이를 떠난다.


#세월이 익혀준 숙성회의 맛


중앙동에서 맛하면 역시 중앙식당이다. 밖에서 보면 간판이 하도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식사 때만 되면 줄을 서서 손님들이 들어오는 건 전통의 힘이다. 중앙식당은 이곳에서 48년째 이어가고 있다. 세 사람이 와서 3만원짜리 잡어회 소(小)자를 하나 시켰다. 먼저 입맛을 돋우라고 데친 한치가 돌미역과 함께 나온다. 오징어는 결코 이런 보들보들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 한치 데치는 데도 비결은 있단다. 초장에 찍어 입안으로 단숨에 꿀꺽. 기다리던 회가 나왔다. 병어는 꼬들꼬들, 학공치는 반짝반짝, 광어는 잘 아니까 그냥 넘어간다. 모두 자연산으로 숙성을 시켰다. 맛이 훌륭하다 보니 양이 부족한 듯해 입맛을 다신다. 반찬도 김치, 깻잎, 젓갈 하나하나가 다 맛이 있다. 반찬 맛으로 이 집을 찾는다는 손님도 있다.


못보던 젊은 여성이 식당 일을 거들고 있다. 딸일까, 며느리일까? 자기 일처럼 하면 며느리고, 좀 뻣뻣하면 딸이란다. 좁다보니 옆 테이블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 들린다. "여기서 사진 찍으면 정말 70년대 풍경 같지 않을까?"


주옥선(59)씨는 16년간 이 집 주방 일을 도맡아 해오다 지난해 3월 1일 인수해 사장이 되었다. 사실 원래부터 주씨를 주인으로 알았던 사람들이 더 많았다. 주씨는 "15년 전부터 일절 회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자연산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집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식당 회 맛의 비결은 생물을 사와서 온도를 잘 맞춰 숙성시키는 데 있다. 밑반찬도 거의 다 직접 만들지 시장에서 사온 건 쓰지 않는다. 대구알젓도 생대구탕을 끓인 뒤 남은 재료로 직접 만든 것이다.


유명한 단골이 한두 명이 아니지만 가수 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랑해 보인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살고 싶다. 회정식 1만5천원, 생명태탕 1만원, 생대구탕 2만원. 영업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여름 한 철을 제외하고는 일요일에도 쉬지 않는다. 중앙동 하나은행 맞은편. 051-246-1129.


#맛있는 고기 찾아 삼만리


물레방아의 고기가 맛있다는 이야기는 전에부터 듣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잘 걸렸다. 두 사람이 들어가 돼지고기 항정살을 시켰다. 밑반찬으로 내놓는 고추장 맛이 나는 파절임, 청양고추가 들어간 젓갈, 잘 익은 물김치의 맛이 모두 평범하지 않다.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항정살에 입을 대어보았다. 맛이 다르다! 다른 집보다 고기가 얇아서 더 부드러운 맛이 난다. 소문대로 잘하는 집이다. 이 집에서는 메뉴 이름이 특이하다. 통상 항정살이라 부르는 고기를 복대살이라고 한다. 알고보니 항정살은 목 부분이고 복대살은 허리 부분으로 차이가 있다.


쇠고기에서 안창살이라 불리는 안거미, 이 집에서는 '안금무(1만8천원)'라고 한다. 선홍빛의 이 집 안금무가 그렇게 맛이 있다는 소문이 났다. 아쉽지만 이날은 배가 불러 더 이상 맛을 보지 못했다. 물레방아에는 이렇게 단 두 종류의 고기만 판다.


이 집의 특색 중 하나를 꼽으라면 홍합된장라면이다. 싱싱한 홍합을 가득 넣고 끓인 된장라면은 주당들에게는 인기가 최고이다. 된장의 진한 국물을 바탕으로 구수한 맛이 특색이다. 고기를 먹고 나니 뭔가 국물이 필요했는데 잘 되었다. 두 사람이 가서 항정살, 홍합된장라면, 소주 1병을 시켜서 배불리 먹었더니 1만9천원이 나왔다. 맛있고 가격 괜찮으니 3층까지 있는 이 집에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그런데 이 집 사장은 어디에 있을까? 나중에 전화통화를 했다. 정석호 대표는 낮에는 가게에 거의 없단다. 아침 일찍부터 고기 구하러 쫓아다니느라 바쁘다. 정 대표는 좋은 소를 사가지고 가는 사람만 보면 찾아가서 고기를 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는 "고기를 먹은 손님들이 시원한 국물을 많이 찾아서 아예 우리집에서 해결하고 가라고 홍합된장라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낮 12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영업한다. 1, 3주 일요일에는 쉰다. 중앙동주민센터 바로 앞. 051-245-1195.


#그밖에 가본 집, 가보고 싶은 집


무등산 장어구이(051-245-8527)는 30여년간 민물장어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집으로 이름이 났다. 오랜 기간 경험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집약된 간장소스가 맛이 있다. 식사 전에 나오는 뼈를 곤 국물도 진하다.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정성껏 대하는 태도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화국반점(051-245-5305) 역시 전통과 맛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집이다. 요산 선생이 1985년 부산 문단을 이끌고 독립운동 하듯이 5·7문학협의회를 조직한 곳이 바로 여기다. 메뉴판에는 무려 85가지 요리가 적혀 있다. 부산에서 간자장이 가장 맛이 있는 집으로 소문이 났다.


며칠간 열심히 다녔지만 중앙동에는 아직 못가본 곳, 가보고 싶은 곳이 더 많다. 진주 추어탕, 중앙 손국수, 하동국밥, 소래옥, 명성복국, 본가, 삼미우동 등이 이름난 맛집으로 꼽힌다. 하루빨리 가 봐야 할 텐데….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