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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관한시 모음

청산(푸른 산) 2016. 1. 23. 06:15
 
♣♡ 눈에관한 시 몇편 ♡♣ 

눈 오는 날  - 서정윤           

눈오는 날에
아이들이 지나간 운동장에 서면
나뭇가지에 얹히지도 못한 눈들이 
더러는 다시 하늘로 가고
더러는 내 발에 밝히고 있다. 
날리는 눈에 기대를 걸어보아도, 
결국 어디에선가 한 방울 눈물로서
누군가의 가슴에 
인생의 허전함을 심어주겠지만
우리들이 우리들의 외로움을 
불편해할 쯤이면
멀리서 반가운 친구라도 왔으면 좋겠다.

눈  -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첫눈 오는 날  -  곽재구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하늘의 별을
몇 섬이고 따올 수 있지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새들이 꾸는 겨울꿈 같은 건
신비하지도 않아
첫눈 오는 날
당산 전철역 오르는 계단 위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켜들고
허공 속으로 지친 발걸음 옮기는 사람들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다닥다닥 뒤엉킨 이웃들의 슬픔 새로
순금빛 강물 하나 흐른다네
노래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이 세상 모든 고통의 알몸들이
사과꽃 향기를 날린다네

 첫눈  - 송수권 

눈이 내린다 어제도 내리고 오늘도 내린다 
미욱한 세상 깨달을 것이 너무 많아 
그 깨달음 하나로 눈물 젖은 손수건을 펼쳐들어 
슬픈 영혼을 닦아내 보라고 
온 세상 하얗게 눈이 내린다 
어제도 내리고 오늘도 내린다 
살아 있는 모든 것 영혼이 있고 
내 생명 무거운 육신을 벗어 공중을 나는 새가 되라고 
살아 있는 티벳인이 되라고 
한밤중에도 하얗게 내린다 
히말라야 삼나무숲을 흔들며 
말울음 소릴 내며 이렇게 고요하게 지금 첫눈이 내린다

겨울 일기 - 함박눈 / 목필균 

아침에 눈을 뜨니 
세상은 온통 은빛 속에 있습니다
깃털로 내려앉은 하얀 세상
먼 하늘 전설을 물고 
하염없이 눈이 내립니다
오늘 같은 날에는
같은 기억을 간직한 사람과
따끈한 차 한 잔을 나눌 수 있다면
예쁜 추억 다 꺼내질 것 같습니다
하얀 눈 속에 돋아난 기억 위로
다시 수북히 눈 쌓이면 
다시 길을 내며 나눌 이야기들
오늘 같은 날에는
가슴으로 녹아드는 눈 맞으며
보고싶은 사람을 그리워합니다
  
무슨 말인가 더 드릴 말이 있어요  - 김용택

오늘 아침부터 눈이 내려
당신이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내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이 그리워지고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눈처럼 불어납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눈송이들은
빈 나뭇가지에 가만히 얹히고
돌멩이 위에 살며시 가 앉고
땅에도 가만가만 가서 내립니다
나도 그렇게 당신에게 가 닿고 싶어요
아침부터 눈이 와
내리는 눈송이들을 따라가보며
당신이 더 그리운 날
그리움처럼 가만가만 쌓이는
눈송이들을 보며
뭔가, 무슨 말인가 더 정다운 말을
드리고 싶은데
자꾸 불어나는 눈 때문에
그 말이 자꾸 막힙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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