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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시 몇편

청산(푸른 산) 2016. 1. 20. 18:45
 
♣♡ 가을시 몇편 ♡♣ 
코스모스    - 시/이해인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 
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 길 
노을이 탄다.

코스모스  - 시 김금재

수줍고 뜨거운 그림움의 숨결
까만 꽃씨로만 죽을 수 없어
건드리면 눈물이 될 만큼 웃음을 안고
연분홍 볼 붉히며 해맑게 피어나
전설같은 아스라한 슬픈 약속 속 깊이 간직한채
찬 이슬로 말갛게 단장하고 먼길 향해 
애달아 몸달아 그대 보려고
바람부는 가을 길에 발돋음으로 서서 
먼데있는 눈먼 영혼의 그대를 온몸 가득 눈물로 되어서
그립고 사는 한숨으로 선채로 야위어 가오
야윈 꽆잎 볼에 타는 노을이 내려도
그대 오지 않음으로 바람결에 
휘청거리는 창백한 꽃잎은 
목숨까지 어린 그리움이라오

가을의 오후 - 사슴 풀잎 

툇마루 끝 
하얀 고무신 한 켤레 
게으른 햇살에 
오수를 즐긴다. 
막 떨어진 
대추 알 하나 
또르르 굴러 멈추고 
장독대에 앉은 
고추잠자리 잠 깨울까 
바람도 조심조심 
텃밭 가을 배추 
오동통 살 오르고 
잘 여문 알밤 
햇살에 반지르르 빛나 
나는 
풍요로운 가을을 
마음껏 깨물어 본다. 

가을 산  -  박인걸

황홀한 가을산은
가슴에도 서리어있다.
염색된 고향 산은
빨아도 탈색되지 않는다.
어머니 모습만큼
곱고 고운 가을 산은
아직 어리던 나를
포근히 품었고
황금빛 단풍 빛에
동심은 젖어 들고
홍옥(紅玉)빛 잎사귀들
맑은 가슴위로 내렸다.
가을 산과 산골 아이는
둘이 아니었기에
단풍은 졌어도 내 가슴엔
아직도 지지 않았다.

코스모스  -  안희선 

다소곳한 얼굴 
속 눈썹 드리운 가슴은 
오래 전에 일렁이는, 
그리움 
숨쉬는 공기마저, 
향기가 된다 
청초(淸楚)한 여인의 
갸름한 목덜미를 타고, 
한 송이 꽃이 된다 
옷섶에 묻어있는 햇살마다 
환한 사랑이 되어,
알알이 익어가는 
어여쁜 가을이 된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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