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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신' 이 시대 아버지를 되살리다

청산(푸른 산) 2013. 5. 1. 09:19

[TV리포트=이우인 기자] KBS2 월화극 '직장의 신'(윤난중 극본, 전창근 노상훈 연출)이 이 시대 아버지들의 애환을 다루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지난 4월 30일 방송된 '직장의 신' 10회에서는 인원감축으로 인해 권고사직 위기를 맞은 고정도 과장(김기천)과 그의 사직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와이장 그룹 마케팅영업부 직원들의 모습을 담은 '고 과장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에피소드가 그려졌다.

황갑득(김응수) 부장과 입사동기로 신입사원 시절엔 영업왕이었을 만큼 열정적으로 일했던 고 과장. 그러나 그의 현주소는 와이장의 대선배이자 어르신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업무 기능을 상실한 지도 오래된 그를 후배들은 마음씨 좋은 어르신이라며 좋아한다. 그런 고 과장의 권고사직 위기는 와이장 직원들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장규직(오지호)과 무정한(이희준)은 고 과장의 권고사직을 막기 위해 새로운 제품 기획안의 공을 모두 고 과장에게 돌릴 계획을 세우고, 손과 발을 맞췄다. 권고사직 위기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고 과장은 미스김(김혜수)과의 시장조사 외근에서 뒤처져 폐를 끼치는가 하면, 업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취한 모습으로 직원들에게 걱정을 끼친다.

고 과장을 와이장의 어르신으로서 그대로 회사에 남게 하려는 장규직, 무정한과, 업무적으로 고 과장에 대해 '짐짝'과 다름없다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미스김. 이들의 생각은 상충했다. 결국 자신이 권고사직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고 과장은 28년 넘게 지켜온 책상을 정리해야 했다. 그는 고장 난 시계는 일찌감치 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28년이 지난 뒤 겨우 깨달았다는 말로 정한을 슬프게 했다.

자신의 무능력을 알면서도 와이장에 버텼다는 고 과장의 나지막한 고백은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무거운 짐 때문에 청춘을 모두 바친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을 대변했다는 평이다.

한 시청자는 "아직 직장을 다닌 경험은 없지만, 고 과장의 표정 하나하나가 날 울게 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다. 용돈 적다고 투덜거렸는데 아버지는 나를 위해 제대로 먹지도 놀지도 못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많이 힘들었겠다는 것을 '직장의 신'을 보며 조금 알게 됐다"는 감상글을 올렸다.

또 다른 시청자는 "이제 마흔으로 접어드는 시기, 한때 열정적이었지만 결국에는 고 과장처럼 될 남편을 생각하면 한없이 고맙고 안쓰럽다. 오늘 방송은 이 시대 아버지란 이름을 되살리는 감동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무거운 주제를 코믹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풀어온 '직장의 신'의 이야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경계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마지막회까지 앞으로 6회 남은 '직장의 신'이 이같은 우려를 딛고,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기억될 수 있을지 시청자가 거는 기대는 크다.

사진=KBS2 '직장의 신' 화면 캡처

이우인 기자jarrje@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