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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손

청산(푸른 산) 2013. 4. 25. 08:34
★청산인

조용한 손 - 최호일 조용한 손은 조용하다 어제의 약사는 약을 조제하느라 상처를 건드릴 뿐 조용하다 일요일의 거짓말처럼 약국에는 어제의 약이 없다 문틈으로 끼어든 정적도 정적 때문에 고요하고 끼어들 틈이 없다 두 번째 꽃집이 길을 건너오고 있다 모든 골목은 각별하고 추운데 사람들은 개처럼 첫눈이 오는 걸 좋아한다 눈송이가 머리를 만지고 걸어다닌다 주부들은 주부가 되기 위해 바쁘다 말없이 그릇을 깰 때도 그릇을 깨지 않을 때도 개와 주부 사이에 조용히 눈이 온다 소년들은 소녀의 예민한 손으로 빚어 만든 얼굴로 웃는다 잠시 너를 놓쳐야 할 텐데 만져야 할 텐데 내 소리를 받아 줘 개와 주부와 소년은 눈으로 뭉쳐 만든 시간인데 모두 옷을 입고 있을 뿐인데 손으로 약을 잡았으나 눈사람으로 만들어진 사람처럼 손이 나를 놓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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