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시,영상시

나비처럼 가벼운 이별

청산(푸른 산) 2013. 4. 17. 20:53
★청산인

나비처럼 가벼운 이별 - 박연준 어제 오후에 해바라기를 씹어먹었다 내가 해바라기를 먹자, 해바라기들이 붉어요 붉어요 하며 흐느꼈다 그는 꽃밭에다 나를 앉혀놓고 고무찰흙을 토닥여 내 남편을 만들더니 빨간 꽃잎 따 나비넥타이까지 장식해선 브로치처럼 앞가슴에 달아준다 그리고 뒤돌아 오래 강을 바라본다 그가 강물을 오래 바라보는 건 강물이 여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뒤돌아 아장아장 꽃밭을 걷는다 걸을 때마다 내 가슴 속 해바라기들 붉은 임신을 하고 나는 나비처럼 가벼운 이별을 무심히 손에 쥔다

'▣글 모음 > 시,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랏빛 초롱  (0) 2013.04.20
고백의 순간  (0) 2013.04.19
어느 봄날에ᆢ감니다  (0) 2013.04.17
마음은 어디로 가는가   (0) 2013.04.15
제비꽃 피는 언덕  (0) 2013.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