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시,영상시

겨울 노을

청산(푸른 산) 2012. 6. 28. 21:23
 
겨울 노을 - 구재기 

한 번뿐인 겨울가 언저리에 서서 보게나 
바람으로 하여 거미줄에 매달린 낙엽
하나의 그 우듬지 끝의 파르르한 떨림을
골짜기에 무리진 돌 틈 사이로 
스스럽이 스며드는 한 줄기의 물, 
물인 듯 그 물줄기로 떨려오는 네 모습 
그것을 옮겨 와 서릿발로 치솟는 눈물 
한 줌을 보게나 
청징한 눈빛[雪光]이라면 
천년을 두고두고 이어갈 수 있는
떨림이었으면 해라 
하늘 끝 무한으로 멀어지다가
마침내 달이고 달이어진 엿빛같은 
떨림이었음 해라 
살아 있는 동안 멍울질 수 있는 것이라면 
언제라도 불 타오를 처음뿐인 
겨울가 한 언저리 노을 곁에
 하홀로 묻혀 있으면 해라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글 모음 > 시,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교향곡   (0) 2012.06.30
목마가 세워진 골목  (0) 2012.06.29
나에게 주는 선물  (0) 2012.06.28
생명의 서(書)   (0) 2012.06.28
홍매화   (0) 201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