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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서(書)

청산(푸른 산) 2012. 6. 28. 10:13
청산인★

생명의 서(書) - 유 치환(1908~1967)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救)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神)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존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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