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기타글

바람의 화폭(畫幅)

청산(푸른 산) 2012. 5. 7. 15:30
★청산인

바람의 화폭(畫幅) 한 폭 산수화를 그리기 위해 억겁의 세월을 동분서주하였을 몸이 붓이고 물감인 저 화가 몸으로 채색하고 싶어 손을 버렸는지 겨울 산등선 넘나들며 빗살의 몸놀림으로 스케치하는 나목을 난, 보았다 그 속에 진리 같은 잠언을 숨겨놓기도 했다 화폭의 마지막 여백이었던 잔설이 걷힐 그 때가 밑그림의 완성이다 의도한 대로 구도가 잡혔는지 제주 남동쪽 옥빛 바다에 몸을 담갔다가 휘익 뿌리기만 해도 유채꽃 물감이 전염병처럼 하르르 하르르 번졌고 허리 한번 휘둘러 젖히면 보랏빛 벚꽃에 군항제가 몸서리쳤다 겨우내 밑그림이던 산야는 아루스지 이었는지 화가의 몸이 스칠 때마다 무지갯빛으로 번지는 물감 얼음의 뼈 사이로 주입했던 연분홍 물감이 다 닳았는지 초록을 풀어 덧입히는 화가 초록으로 경계를 허무는 기법 어둡던 밑그림에 점점으로 찍는 아지랑이 가슴, 가슴 울렁울렁 꽃이 핀다. - 옮겨온글 -

'▣글 모음 > 기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년  (0) 2012.05.27
살맛 나는 나이   (0) 2012.05.08
시간은 다보탑을 쌓다   (0) 2012.05.06
감자 씨를 넣다  (0) 2012.04.30
침묵이 곧 의뜸의 논리다   (0) 2012.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