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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움 속에서 조심스레 문틀에 몸의 중심을 의지하며 흙칼로 마무리 되어진 시멘트 계단을 두개쯤 디디며 들어가야만 했던 어린 시절의 어두컴컴한 우리집 부엌.
낡은 찬장 안이남박이라는 알미늄 비슷한 커다란 그릇에 담겨져 있던 꽁보리밥이 흰 보자기로 씌워져 있었다지만 뻔뻔스러운 파리들이 새까맣게 달라붙어 엉겨있어도 수북하게 말라있는 밥 사이로 살살 겉어내고 밥속의 조금은 부드럽고 촉촉한 부분만 주걱으로 한뭉치 덜어내어 엄마가 맛있게 담궈준 시큼한 깍뚜기에 식은 된장찌개, 막장 사발, 풋고추 같은 반찬에 썩썩 비며먹었던 그때 그 시절.
아마도 찬장은 구시대의 냉장고가 아니었을까???
아파트가 대표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으면서 부엌은 주방이 되고 마루는 거실로 이름과 기능을 바꿨다. 주방에는 밥상 대신 식탁이 놓이고 마루 한 구석을 차지하던 뒤주는 플라스틱 쌀통에 자리를 내주었으며 그릇은 찬장이 아니라 싱크대에 수납한다. 그리하여 손때가 묻을수록 멋이 깊어지는 전통 목가구는 생활에서 밀려나 공부 대상이 되었다
지난 엄니가 쓰시던 물건들을 자꾸 끄집어 내는건...바로 추석이 코앞에 다가왓구나
가져온 곳 :
카페 >일곱송이 수선화 피는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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