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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시 모음

청산(푸른 산) 2019. 2. 24. 20:08

 

 
♣♡ 연꽃시 모음 ♡♣ 
연꽃 -배인환
나는 늘 당신을 백합이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약혼을 하고 
당신이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백합을 한아름 안고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백합은 당신과 
여러 면에서 닮았습니다. 
향기로운 조선의 여인 같은 
당신은 평생을 그랬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 곁을 떠난 
당신을 연꽃이라 부르겠습니다. 
연꽃이 당신과 더 닮았음을 압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꽃잎을 
스스로 떨어트린 
파도 위에 떠 있는 
지순한 연꽃이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
연꽃을 보며 -이영춘
천지에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바람소리 물소리 멧새소리 
그 소리만 들으리라 
천지에 입 하나는 
사시사철 빗장으로 걸어 매고 
고갯짓으로 말하리라 
좋은 것도 끄덕끄덕 
싫은 것도 끄덕끄덕 
끄덕이는 여운 속에 언젠가는 
마알간 하늘이 내 눈 속에 들어와 
곱게 누우면 
내 눈은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귀 닫아도 들을 수 있는 
눈감아도 볼 수 있는 
부처 같은 그런 사람 되면 
내 온 살과 영혼은 
꽃이 되리라 
연꽃이 되리라 
...............
연꽃이었다 -신석정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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