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꽃시 모음 ♡♣
연꽃 -배인환
나는 늘 당신을 백합이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약혼을 하고
당신이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백합을 한아름 안고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백합은 당신과
여러 면에서 닮았습니다.
향기로운 조선의 여인 같은
당신은 평생을 그랬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 곁을 떠난
당신을 연꽃이라 부르겠습니다.
연꽃이 당신과 더 닮았음을 압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꽃잎을
스스로 떨어트린
파도 위에 떠 있는
지순한 연꽃이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
연꽃을 보며 -이영춘
천지에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바람소리 물소리 멧새소리
그 소리만 들으리라
천지에 입 하나는
사시사철 빗장으로 걸어 매고
고갯짓으로 말하리라
좋은 것도 끄덕끄덕
싫은 것도 끄덕끄덕
끄덕이는 여운 속에 언젠가는
마알간 하늘이 내 눈 속에 들어와
곱게 누우면
내 눈은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귀 닫아도 들을 수 있는
눈감아도 볼 수 있는
부처 같은 그런 사람 되면
내 온 살과 영혼은
꽃이 되리라
연꽃이 되리라
...............
연꽃이었다 -신석정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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