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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이슬에 떠는 그 꽃들 / 신경림

청산(푸른 산) 2016. 7. 14. 18:09
 
♣♡ 새벽 이슬에 떠는 그 꽃들 / 신경림  ♡♣ 

오래 전에 잊혀진 고도 
허물어진 성문 아래 좌판을 차리리 
금잔화와 맨드라미와 과꽃 
씨앗 몇 봉지 놓고. 
진종일 기다리면 먼데 사는 
두메 늙은이 하나 찾지 않으랴. 
풍습도 말도 다른 늙은이의 손에 들린 
꽃씨를 좇아 나도 가야지 
낡은 내 몸에서 시원스레 빠져나와서. 
절뚝이는 늙은이의 그림자도 되고 
벗도 되고 심술도 되어 
한 해쯤 울안 울밖을 맴돌다 보면 
봉창 밑 작은 뜰에 꽃들이 피어나겠지.
나는 슬퍼하지 않으리 
내가 돌아가 들어앉을 몸이 어느새 
지상에서 사라져 없다 하더라도. 
새벽 이슬에 떠는 그 꽃들 이미 
아름다운 내 집이 되어 있으리.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