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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시 몇수

청산(푸른 산) 2015. 12. 15. 18:23
 
♣♡ 송년시 몇수♡♣ 

송년(送年) - 시인 박인걸·목사 
출발은 언제나 비장했으나 
종말은 항상 허탈이다. 
동녘의 첫 햇살 앞에 고개 숙여 
경건하게 다짐한 결심이 
무참히 무너진 연종(年終) 
거창했던 구호와 
문신처럼 새겨 넣은 각오 
작심삼일이 되어 
모래성처럼 무너진 한 해 
지나온 한 해를 생각하면 
자괴감에 슬프고 
이루지 못한 소망들은 
환경 때문이 아니라 
게을렀던 내 탓이다. 
이맘때만 되면 
내 모습은 점점 쪼그라들고 
길바닥에 뒹구는 
막돌멩이만큼 초라하다. 
하지만 눈을 들어 
새 캘린더를 바라본다. 
잎만 무성한 나무아래 
도끼가 날을 서고 있지만 
다시 삼백 예순 닷새가 있기에

송년의 시 - 시인 윤보영·
이제 그만 훌훌 털고 보내주어야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하루를 매만지며
안타까운 기억 속에서 서성이고 있다
징검다리 아래 물처럼
세월은 태연하게 지나가는데
시간을 부정한 채 지난날만 되돌아보는 아쉬움
내일을 위해 모여든 어둠이 걷히고
아픔과 기쁨으로 수놓인 창살에 햇빛이 들면
사람들은 덕담을 전하면서 또 한 해를 열겠지
새해에는 멀어졌던 사람들을 다시 찾고
낯설게 다가서는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올해보다 더 부드러운 삶을 살아야겠다
산을 옮기고 강을 막지는 못하지만
하늘의 별을 보고 가슴 여는
아름다운 감정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송년의 노래 - 시인 박금숙·
해가 저문다고 
서두르거나 아쉬워하지 말자 
처음부터 끝은 없었던 것 
세월의 궤도를 따라 
지칠 만큼 질주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어쩌면 우리는 
어제의 일조차 까마득히 잊은 채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길을 돌아왔을 뿐 
제각각 삶의 무게에 얹혀 
하루해를 떠안기도 겨웠으리라 
잠시 고된 짐 부려놓고 
서로의 이마 맞대줄 
따뜻한 불씨 한 점 골라보자 
두둥실 살아있는 날은 
남겨진 꿈도 희망도 
우리의 몫이 아니겠는가

송년의 노래 - 시인 홍수희·
늘 
먼저 떠나는 너는
알지 못하리
한 자리에 
묵묵히 서서 
보내야만 하는 이의
고독한 가슴을
바람에 잉잉대는
전신주처럼
흰 겨울을 온몸에 
휘감고 서서
금방이라도
싸락눈이 내릴 것 같은
차가운 하늘일랑
온통 머리에 이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고 섰는
송년의 밤이여,
시작은 언제나 
비장(悲壯)하여라!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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