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시,영상시

살아 있는 날은

청산(푸른 산) 2015. 6. 28. 21:22

살아 있는 날은    - 이해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
  - <내 혼에 불을 놓아>(1979) -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글 모음 > 시,영상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면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0) 2015.07.06
나는 꽃처럼  (0) 2015.07.04
그집 담장에 핀 장미  (0) 2015.06.27
함께 하고픈 아침  (0) 2015.06.23
사랑은 그런 거야   (0) 2015.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