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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할머니

청산(푸른 산) 2014. 10. 14. 20:16
 
♣♡누룽지 할머니♡♣ 

집이 시골이었던 저는 고등학교 삼년 내내 자취를 했습니다.
월말쯤 집에서 보내준 돈이 떨어지면 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곤 했어요.
그러다 지겨우면 학교 앞에 있는 `밥 할매집`에서 밥을 사먹었죠.
밥 할매집에는 언제나 시커먼 가마솥에 누룽지가 부글부글 
끊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 하시곤 했어요.
"오늘도 밥을 태워 누룽지가 많네. 밥먹고 배가 안 차면
실컷 퍼다 먹거래이. 이놈의 밥은 왜 이리도 잘 타누."
저는 돈을 아끼기 위해 늘 친구와 밥 한공기를 달랑 시켜놓고,
누룽지 두 그릇을 거뜬히 비웠어요.
그때 어린 나이에 먹고 잠시 뒤돌아서면 또 배고풀 나이잖아요.
그런데,하루는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늙으신 탓인지, 거스름 돈을 
원래 드린 돈보다 더 많이 내 주시는 거였어요.
`돈도 없는데 잘 됐다. 이번 한 번만 그냥 눈감고 넘어가는 거야.
할머니는 나보다 돈이 많으니까....`
그렇게 한 두번을 미루고, 할머니의 서툰 셈이 계속되자
저 역시 당연한 것처럼 주머니에 잔돈을 받아 넣게 되았습니다.
그러기를 몇달, 어느날 밥할매 집엔 셔터가 내려졌고,
내려진 셔터는 좀처럼 다시 올라가지 않았어요.
며칠 후 조회 시간 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심각한 얼굴로 단상에 오르시더니,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 하셨어요.
" 모두 눈 감어라 학교앞 밥 할매집에서 음식먹고
거스름돈 잘못 받은 사람 손 들어라."
순간 나는 뜨끔했어요.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부스럭거리며 손을 들었습니다.
"많기도 많다.반이 훨씬 넘네."
선생님은 침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죠.
"밥 할매집 할머니가 돌아 가셨다.
할머니께서 아들에게 남기신 유언장에 의하면
할머니 전 재산을 학교 장학금에 쓰시겠다고 하셨단다.
그리고" 선생님은 잠시 뜸을 들이셨어요.
그 아들 한테 들은 애긴데, 거스름 돈은 자취를 하거나
돈이 없어 보이는 학생들에게 일부러 더 주셨다더라.
그리고 새벽부터 일어나 그날 끊일 누룽지를 위해
밥을 일부러 태우셨다는 구나.
그래야 어린 애들이 마음 편히 먹는다고..."
그날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데
유난히 밥 할매집이라는 간판이 크게 들어 왔어요
나는 굳게 닫힌 셔터 앞에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할머니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할머니가 만드신 누룽지가 세상에서 최고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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