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배경/역사전통,작품

단원의 군작 보희도와 춘작보희 매작도

청산(푸른 산) 2014. 7. 5. 10:09

 

 

檀園 金弘道 群鵲報喜圖 [단원 김홍도 군작보희도] 지본담패. 30.5 x 23.2 cm. 긴송미술관 소장

 

군작보희도(群鵲報喜圖)란 떼까치가 기쁨을 알리는 그림이란 뜻이다.

그림은 춘작보희도롸는 달리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고 왼쪽에는 제사(題思)가 적혀져 있다.

그림의 구도는 거의 비슷한데 다른 점은 보름달이 환하게 비추는 밤이란 점과

나무를 봤을 때 가을 정취를 그렸다는 점이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위로 뻗은 나뭇가지에 잎과 줄기가 다 떨어져 나가

거의 고목으로 그려져 있고 까치 아래 나무들도 가지가 무거운 듯 아래쪽으로 늘어져 있는 것을 볼 때

수명이 오래된 나무인 것을 알 수가 있다.

 

즉 낮과 밤, 봄과 가을, 창창한 나무와 힘없는 나무 등 이런 관점에서 비교해 보면

단원이 군작보희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춘작보희와는 다른 것이다.

 

 

우측의 춘작보희가 생동감 넘치는 기쁨을 표현한 것이라면

좌측의 군작보희는 기쁨은 기쁨인데 뭐가 애절하며 쓸쓸한 느낌이 있다.

마치 나이 먹은 할아버지가 손자의 출산 소식을 듣고 기쁨을 느끼지만

'내가 이 놈 결혼을 할 때까지 과연 살아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때의 아련함 같은 것이다.

 

 

날아오른 까치가 날아가는 방향은 텅 비어 허전한 공간으로 화제가 쓰여져 있고 까치와 글씨는 같은 먹빛이다.

붓질이 같아 글씨와 그림이 둘이 아니라 하나이다.

화제의 글은 이렇게 적혀있다.

 

幾度能尋織女橋 [기도능심직녀교] 몇 번이나 직녀교를 찾을 수 있을까.

 

 

단원은 칠월 칠석날 오작교를 위한 까치의 희생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을 던진 까치의 모습에서 평생을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신 부모님의 마음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가족들과 함께한 삶이었기에 한 점 후회도 회한도 없지만 그래도 영원히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조금은 쓸쓸해지는 감정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부모님들은 행복해 하실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을 느끼실 것이다.

그게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檀園 金弘道 春鵲報喜 梅鵲圖 [단원 김홍도 춘작보희 매작도] 지본담채. 26.7 x 31.6 cm. 호암미술관 소장

 

단원의 병진년 화첩에 들어 있는 화조 10폭 죽의 하나인 이 매작도는

단원 특유의 수목에 분홍 꽃을 곁들인 그 예가 드문 춘경(春景)의 화조화이다.

밑둥이 굵고 굴절한 매화나무가 왼쪽으로 가지를 많이 뻗었는데

그 오른쪽으로는 몇 그루의 대나무가 비껴있어 화면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굴절하였다가 위로 뻗은 매화 줄기는 그 윗 부분에 이르러 다시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 가다가

거기에서 잔가지가 오른쪽과 위로 뻗어서 좌측 상단으로 넓은 여백을 설정하고 있다.

 

 

매화나무는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향하는 비스듬한 포치이고

주제인 까치는 매화나무 윗 등걸에 세 마리가 절묘한 포치로 앉아서

왼쪽 위의 시원한 공간을 바라 본다.

한 마리는 넓직한 공간을 날고 있어 균형이 잘 잡혀 있는 명작이다.

 

전경의 배경은 은은한 담묵으로 부드럽게 처리한 반면,

상단은 여백으로 처리하여 무한한 공간감을 자아내는데

매화꽃의 색채가 아주 선명하고 깨끗하다.

 

 

여기로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