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작가들의 명절에 관한 풍속화 모음
![](https://t1.daumcdn.net/cfile/cafe/14554D274C8A27D43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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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키스 1887-1956
‘Portrait of Miss Elizabeth Keith’ by Ito Shinsui, 1922
20세기 일본 화단의 대가로 꼽히는 이토 신수이(伊東深水)가 그린 키스의 초상화
1919년 엘리자베스 키스라는 호기심 많은 한 영국 여인이 작은 나라 조선을 방문했다.
그녀는 곧 일제 식민 지배에서 신음하는 이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과 풍습과 경관에 빠져들었고 깊은 애정으로 이를 그림과 글로 담아냈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그림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다가 2006년에야 재미동포 송영달의 노력으로 비로소 빛을 보게 된다.
아마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을 처음 보시는 분들이 많을 터인데
1920~1940년대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름답고 정밀하게 나타나 있는 그림들을 보면 경탄을 자아낸다. 아래 큰 따옴표에 인용한 말은 키스의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Marriage Procession, Seoul_1921 혼례 행렬
이 그림은 혼례 행렬, 정확히 말하면 신부 행차로 꽃가마가 아주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다.
행렬 앞에는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이 신랑 집으로 가마를 인도하여 간다.
그 인도자는 백년해로를 뜻하는 기러기를 보자기에 싸서 들고 있다.
청사초롱을 든 사람들이 가마 앞뒤에 있고, 동네 아이들이 구경삼아 따라가고,
빨래하던 아낙도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데, 한 아낙이 길에다 물을 버리고 있다.
뒤로 동대문이 보이는데, 다리는 청계천의 어느 다리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East Gate, Seoul, Moonlight_1919 달빛 아래의 동대문
이 그림에 보이는 돌담 표현은 목판화로는 하기 어려운 기법으로 키스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난 그림으로 평가받고 있다. 1923년 도쿄 대지진 때 목판 원본이 소실되어 이 그림은 키스의 저서 <동양의 창>에 실린 것인데, 현재 누가 실물을 소장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East Gate, Pyeng Yang, Korea_1925 평양의 동문
“1392년에 지은 평양 성곽 중 동쪽에 있는 문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서울에 있는 동대문만큼 웅장하지는 못하지만 그 단순한 스타일과 함께 연륜의 은은함이 배어 있는 문이다.
에카르트는 한국의 건축에 대하여 이렇게 논평했다.
‘한국은 그 건축법을 중국에서 들여왔지만, 한국의 상황에 맞추어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고 더욱 절제된 형태로 발전시켜 한국 특유의 건축문화를 만들어냈다.'
평양의 동문은 이런 한국 건축의 진수인 절제미를 보여준다.”
Riverside, Pyeng Yang_1925 평양 강변
“대동강변의 이 정자는 약 150년 된 것이라고 하며,
주변 환경이 너무 완벽하여 그보다 더 오래 전에 정자 터로 선택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경치는 너무나 아름다워 때때로 여행객은 기이한 감동을 맛보게 된다.”
이곳은 모란봉ㆍ을밀대ㆍ부벽루가 있는 근처인 듯하다.
Wonsan_1919 원산
“내가 아무리 말해도 세상 사람들은 원산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알지 못할 것이다. 하늘의 별마저 새롭게 보이는 원산 어느 언덕에 올라서서 멀리 초가집 굴뚝에서 올라오는 연기를 보노라면 완전한 평화와 행복을 느낀다.” 명사십리로 유명한 원산. 키스의 그림을 보니 과연 원산이 아름다운 곳임을 알겠다.
Korean Domestic Interior 한옥 내부
“비교적 여유 있는 집의 내부 풍경이다. 이 그림을 그린 것은 여름이었는데,
이 집의 가장은 사랑방이 아닌 대청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남녀가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며 부인이 식사를 날라다 준다.”
The Eating House 주막
“맛있는 음식 냄새가 솔솔 밖으로 새어 나온다. 주막은 추운 겨울날 먼 거리를 걸어가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는 시골 사람들에게 아주 인기 있는 곳이다. 이 집을 닮은 초라한 주막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집 문 위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달을 쳐다보는 데 최고로 좋은 집>”
The Hat Shop 모자 가게
“간판에 ‘높은 모자, 둥근 모자, 리본 달린 것, 세상 모자란 모자는 다 있습니다’라고 써 있다.
한국에서 모자는 중요하다. 학자는 특별한 모자, 그러니까 검은 말총으로 된 모자(갓)를 쓰는데, 오로지 중국 고전을 다 읽은 사람만 쓸 수 있다. 총각은 약혼식에서 노란 짚으로 만든 둥그런 모자를 쓴다. 결혼식 날에는 한 사람이 빨간 모자를 쓰고 손에는 백년해로와 신의의 상징인 기러기를 들고 간다. 이런 옛 풍습은 한국에서 차차 없어져 가고 있다.”
The School - Old Style 서당 풍경
“하늘 천, 따 지, 달 월, 사람 인. 후렴처럼 반복하는 소리가 담장 너머로 들려왔다. 여름 해는 따갑게 비치고 있었는데, 서울 성문에서 멀지 않은 그 집은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서당 안을 슬쩍 들여다본 장면을 스케치한 것이다. 남자아이들이 글을 외면서 그 소리에 맞추어 앞뒤로 몸을 흔들어댔다. 나이 많은 훈장은 실내용 모자를 쓰고 앉아서 마치 조각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마음속으로 아름다운 한시를 한 수 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훈장은 조금도 학생들의 공부를 염려할 필요가 없다. 반장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긴 대나무 작대기를 들고 감시하고 있다가 학생의 외는 소리가 끊긴다거나 조는 듯한 동작을 보이면 곧바로 등이고 어디고 내려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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