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생각의글
♣♡ 나이 들수록 친구가 필요하다♡♣ 어린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처럼 편안한 사람도 없다. 나이 들어 성공했다고 으스대는 사람의 형편없는 과거를 생생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어릴 적 친구다. 친구라는 두 글자만 생각해도 마음이 행복해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푸근함이 느껴진다. 단거리 선수가 질주하듯 분주하게 열심히 살아온 시간들, 어느 날 뒤돌아보니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가족도 있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이 있는데 무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몇 년 전 고향에 강의를 하러 가게 되었다. 연락이 닿은 친구들을 통해 다른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었고,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많은 친구들과 반가운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때 그 기분은 마치 숨겨놓은 보물상자 하나를 발견한 것 같았다. 시골인지라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같이 보낸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바로 만날 수는 없지만 서로의 사진을 보며 변해버린 친구의 모습 속에서 지난 세월과 살아온 흔적을 읽으며 마음을 나눴다. “친구야 반갑다. 잘 지냈냐?”라는 말 한마디로 기나긴 세월의 간격을 훌쩍 뛰어넘게 되었다. ‘친구가 주는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마음에 특별한 행복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이리 더디 살폈을까 생각하니, 지나온 시간들이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부자가 된 기분이다.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자기들의 감정을 억제하도록 교육받아 왔고, 이웃을 경쟁관계로만 바라보며 성장해왔다. 또한 독립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남자를 이상적인 남성상으로 생각하기에 정작 마음을 나눌 친구들이 없다. 특히 남자들은 울어서도 안 되고, 약점을 보여서도 안 된다. 애정이나 부드러움, 따뜻함을 필요로 해서도 안 되며, 위로는 하지만 위로를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을 터치하지만 내가 터치를 받아서는 안 되며, 강철처럼 강해져야지 약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홀로 굳게 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배워왔기 때문에 남자들은 마음속 깊은 생각을 나누는 친구를 가지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 테일러대의 총장이었던 제이 케슬러는 소원 중 하나가 자신이 죽었을 때 만사를 제쳐두고 장례식에 참석해 줄 친구를 적어도 여덟 명 은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려서는 부모와 모든 것을 의논하며 지내지만 사춘기가 되면서부터 대부분의 사람은 가족들과 나눌 수 없는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며 성장한다. 나이 들어 갈수록 친구는 매우 소중한 존재다. 그래서 때로는 가족보다 더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고, 마음을 열어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사회관계나 이해타산을 초월하여 생각을 나눈다. 그래서 가족 이상의 교감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친구다. 좋은 친구는 산과 같아서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처럼 늘 그 자리에서 반겨주고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하다. 때로는 땅과 같아서 싹을 틔우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도 조건 없이 기쁜 마음으로 베풀어 줄 수 있는 한결같은 마음의 소유자다. 인내하며 살아야 할 일들이 많은 것이 요즘 생활이다. 그러한 순간마다 자신의 마음을 지켜줄 친구 같은 배우자가 있고 망설임 없이 힘든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는 편한 친구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생이 즐거워질 것이다.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 라는 인디언 속담 이 있다. 주변을 돌아보아 배우자와 가족이 내 인생의 가장 좋은 친구로 서 있는지, 그리고 마음 편히 함께 울고 웃을 친구가 있는지 여유를 갖고 생각해볼 일이다. -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문화일보 / 게재)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