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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시 모음

청산(푸른 산) 2013. 8. 26. 15:45

사랑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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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의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사랑 
                                       / 김충규
 내 시선이 닿아야 꽃은 제 몸을 활짝 열어 젖힌다
 내 시선이 닿기도 전에 이미 꽃이 피어 있다면
 그 꽃은 내 꽃이 아니다
 내 시선이 닿았는데도 꽃이 피지 않는다면
 그 꽃도 내 꽃이 아니다
 내 꽃은 내가 부르지 않으면
 내게 향기를 흘러보내지 않는다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절대로 피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가 꽃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거나
 노래를 불러도 피지 않는다
 나와 내 꽃은 그런 관계이다
 물론 이것은 나와 내 꽃 사이의 비밀이다
 그대의 시선이 닿지 않으면
 나는 절대로 피어나지 않는 꽃이다
 그대도 내 시선이 닿아야만
 활짝 피어나는 꽃이다
 그대와 나 사이엔 꽃 향기가 흐르고 있다 


사랑은, 
                           / 이인원 
눈독들일 때, 가장 아름답다.
하마,
손을 타면
단숨에 굴러떨어지고 마는,
토란잎 위
물방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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