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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고백 *♣* - 이시경 긴 세월 동안 숱한 방정식을 풀었습니다 그때는 계산기조차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종이도 귀해 벽지 위에 마구 그려 넣던 시절이었지요 그런데 망아지들을 어떻게 키웠냐고요 해답이 우연히 나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지요 누에도 치고 밭도 일구었습니다 요즘처럼 공식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습지만 예전엔 누구나 그리했었지요 쓸 만한 수학책 하나 없었습니다. 선생도 없었습니다 젖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풀었느냐고요 요즘엔 수치해법도 인터넷해법도 있지만 그때는 보리도 귀해 풀뿌리나 시래기로 죽을 쑤었습니다 고차 미분방정식이란 것도 모르고 몸으로 마구 풀었습니다 숱한 기아의 언덕도 넘었습니다 그러다가 당나귀 같은 놈들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놈들도 나처럼 방정식을 들여다보고 있겠지요 고성능 컴퓨터와 참고 서적이 널려있는데도 지금은 수학자도 있고 의사도 있는데도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요 자식 문제가 오래가고 어려운 것은그때도 그랬습니다 눈물이 최고의 답이었으니까요 -시집『쥐라기 평원으로 날아가기』중에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