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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시모음

청산(푸른 산) 2013. 8. 21. 15:40

그림자 시모음




그림자 
                                / 안시아
뜨거운 한낮은 햇빛 가마터다 
달궈진 태양이 먹빛으로 빚어지는 오후 
그림자가 뚜벅뚜벅 골목을 가고 있다 
태양은 제 몸을 달궈 가장 어두운 
그늘 하나씩 만들어주는 셈, 
뜨거운 최후까지 검은 빛으로 
반대편을 반사한다 
태양을 향한 직립이 담벼락 그림자를 휜다 
길 한 켠 나무 아래로 
두 개의 그림자가 교차해간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그늘의 경계를 지워 가는 것 
바람이 햇살에 담갔다 올린 나뭇잎이 
유약을 입은 듯 반짝이고 있다 
담벼락에 그림자 문양이 하나 둘 스치고 
발걸음은 물레처럼 골목을 회전시킨다 
뜨겁게 재벌구이 되는 오후가 지나면 
가로등이 높은 곳에서 몸을 데우며 
둥근 저녁을 빚어놓을 것이다 
세상의 굴곡은 거대한 도공의 손길이다 

꿈 위의 그림자
                                / 심재상 
너무 오래 당신은 삼인칭으로 왔습니다 
들판 위를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 
언뜻언뜻 내 꿈 위를 지나가는 당신 
그림자 나 거기 바닥 없는 집을 세우고 
누우면 안 될까요 잠들면 안 될까요 
딱정이처럼 단단해진 은유의 옷을 벗고 
이젠 당신을 당신이라 부르리라 
내 맘 먹는 날 꿈속에서도 
당신을 날 꿀먹은 벙어리로 만들 텐가요 
도대체 언제까지 
나의 이 침묵만이 당신의 입김인가요 


구름 그림자 
                               / 신용목 
태양이 밤낮 없이 작열한다 해도 
바닥이 없으면 생기지 않았을 그림자 
초봄 비린 구름이 우금치 한낮을 훑어간다 
가죽을 얻지 못해 몸이 자유로운 저 구름 
몸을 얻지 못해 영혼이 자유로운 그림자 
해방을 포기한 시대의 쓸쓸한 밥때가 
사랑을 포기한 사람의 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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