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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여름밤을 끄다 *♣* - 강미정 가로등 불빛 아래 들깨밭 숭숭 뚫린 깻잎 구멍을 불빛이 막아주고 있다 깻잎이 바람에 흔들리자 불빛은 놀라 펄쩍뛰며 허기의 구멍을 보여준다 허겁지겁 주워먹은 배고픔이 숭숭 뚫어놓은 구멍, 저 배고픈 구멍 속에서 나도 절망을 벼리며 내 문장의 푸른 문맥 위에 핏발 선 붉은 눈을 얹고 슬피 울고 싶었던 날이 있었던 것처럼, 너를 던져보고 싶었던 날이 있었니? 있었니? 짧은 여름밤을 다 갉아먹고 나방이 날아오른다 생의 진창을 튀기며 불빛에 몸을 던지는 나방은 푸른 배고픔을 깻잎 뒤에 슬어놓았다 아직 뚫리지 않은 커다란 구멍을 뚫어 놓았다 저 푸르고 줄기찬 문장을 숭숭숭 뚫는 절망도 모르는 우멍한 구멍, 서글퍼라 이 놈의 세상 온통 구멍뿐이네, 들깨밭을 바라보던 아낙이 가로등을 끈다 저 많은 구멍을 막아주고 있던 불빛이 툭, 발길에 채여 넘어진다 (시인의 이력) 경남 김해 출생 94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 타오르는 생 >, <물 속 마을> <상처가 스민다는 것> <'그 사이에 대해서 생각할 때> 등 민족문학작가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시문학시인회 회원 현재 <월요시> 동인으로 활동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