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오는 소리 - 최범영
봄 아지랑이랑 오는 사월이면
내 님은
이 꽃에서도 서보고
저 꽃 옆에도 서보고
어느 땐 꽃밭 속에서 앉아
꽃이 되어 버린다
사월이 그렇게 오던 벌판
고목 나무에 딱다구리 한쌍
마치 우리 각시와 내가 놀듯
들락 날락 동산을 뛰어 논다
그러나 아느뇨
나이만 먹다보니
그 세월 속에 사월도 늙어
사월 혁명을 적은 역사책
귀퉁이마다 다 펴서
어제 놀러 온 아이는 쭉 찢어
딱지를 접어버렸다
사월이 오면
아른아른 아지랑이속에
내 님이 어릴 때처럼
촐랑촐랑 뛰며
그 옛 전설을 담은 책 끼고 오는
봄 꿈이라도 한번
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