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항/통영이야기

청마 유치환 시모음

청산(푸른 산) 2012. 5. 31. 16:54
청산인★

너에게 물같이 푸른 조석(朝夕)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거리에서 너는 좋은 이웃과 푸른 하늘과 꽃을 더불어 살아라 그 거리를 지키는 고독한 산정(山頂)을 나는 밤마다 호올로 걷고 있노니 운명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음이 운명이니라


청산인★

깃발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


청산인★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 해바라기들 새에 서서 나도 해바라기가 되려오. 황금사자(黃金獅子) 나룻 오만(傲慢)한 왕후(王候)의 몸매로 진종일 찍소리 없이 삼복(三伏)의 염천(炎天)을 노리고 서서 눈부시어 요요히 호접(蝴蝶)도 못오는 백주(白書)! 한 점 회의(懷疑)도 감상(感傷)도 용납치 않는 그 불령(不逞)스런 의지(意志)의 바다의 한 분신(分身)이 되려오. 해바라기의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의 밭으로 가서 해바라기가 되어 섰으려오


청산인★

동백(冬栢)꽃 그대 위하여 목 놓아 울던 청춘이 이 꽃 되어 천년 푸른 하늘 아래 소리 없이 피었나니 그날 한장 종이로 꾸겨진 나의 젊은 죽음은 젊음으로 말미암은 마땅히 받을 벌이었기에 원통함이 설령 하늘만 하기로 그대 위하여선 다시도 다시도 아까울 리 없는 아아 나의 청춘의 피꽃!


청산인★

바위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 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忘却)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 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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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시인 호: 청마 -1908, 7 ,14 경남 통영 출생 -1967, 2, 13 타계 (58 세) ,원숭이 띠 -1931년 문예월간에 [정적]- 등단, 수상 아세아자유문학상. 예술원상을 수상 학 력 연희전문학교 경력 경남여고 교장 역임 -시집 [청마시][생명의 서][울릉도] [미루나무와 남풍]... 시인이자 교육자 시의 기교나 표현에 집착하지 않고 생에 대한 의지를 진지하게 추구했다. 통영시 정량동에 청마 문학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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