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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 모음

청산(푸른 산) 2012. 5. 29. 06:27
청산인★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청산인★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청산인★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청산인★

진달래 -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지병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청산인★

- 오세영 봄은 성숙해가는 소녀의 눈빛 속으로 온다 흩날리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봄은 피곤에 지친 춘향이 낮잠을 든 사이에 온다 눈뜬 저 우수의 이미와 그 아래 부서지는 푸른 해안선 봄은 봄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의 가장 낮은 목소리로 온다 그 황홀한 붕괴, 설레는 침몰 황혼의 깊은 뜨락에 지는 낙화


청산인★

봄바람 -오보영 꽃 주위로 바람 몰려들기에 꽃이 좋아 내달려온 바람 맘인가 했더니 스치고 간 바람결 잊지를 못해 잠시 들러 얼굴 좀 간지러달라는 몸 흔들어 꽃향기 좀 뿌려달라는 꽃잎 간절한 애원이었네 바람 향한 꽃잎 연정이었네


청산인★

봄비 - 김태인 창가에 서서 내리는 봄비를 바라봅니다 차박차박 조용히 다가와 살며시 가슴에 걸어듭니다 봄비에 소름 돋습니다 지나온 날들 때문입니다 봄비에 떨고 있습니다 다가올 날들 때문입니다 봄비는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스며올 뿐이었습니다 봄비는 어떤 눈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적셔줄 뿐이었습니다 촉촉이 내 가슴을


청산인★

아무리 숨었어도 - 한혜영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낼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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