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향기로운글

돌아오는 길은 늘 혼자였다.

청산(푸른 산) 2016. 8. 4. 17:35
 
♣♡ 돌아오는 길은 늘 혼자였다.  ♡♣ 

가는 겨울해가 질 무렵이면 어김없이 
내 마음도 무너져왔고, 
소주 한 병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 
시외버스를 타는 동안에 차창 밖엔 소리없이 눈이 내렸다.
그대를 향한 마음을 잠시 접어 둔다는 것, 
그것은 정말 소주병을 주머니에 넣듯 
어딘가에 쉽게 넣어 둘 일은 못 되었지만
나는 멍하니 차창에 어지러이 부딪쳐오는
눈발들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내 사랑이 언제쯤에나 순조로울는지, 
오랫동안 우리가 기다려온 것은 무엇인지, 
어디쯤 가야 우리 함께 길을 갈 수 있을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저 차창에 부서지는
한 송이 여린 눈발이었다. 
무언가를 주고 싶었으나 결국 아무 것도 
주지 못한 채 돌아섰지만 그대여, 
나 지금은 슬퍼하지 않겠다. 
폭설이 내려 길을 뒤덮는다 해도 
기어이 다시 찾아올 이 길을. 문득 고개 들어보니 
차창 너머 손을 흔들고 서 있는 그대. 
그대 모습이 이토록 눈물겨운 것은 
세상에 사랑보다 더한 기쁨이 없는 까닭이다.
버스는 출발했으나 내 마음은 출발하지 않았다. 
비록 몸은 가고 있으나 나는 언제까지나 
그대 곁에 머물러 있다.
           - 좋 은 글 중 에 서 -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