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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

청산(푸른 산) 2016. 3. 1. 11:39
 
 
내 척박한 가슴에 온 봄  -  김영승

우리 동네 향긋한 들길을 걸으면 두엄냄새
상큼히 코끝 찌르고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동들
등에 맨 예쁜 가방 위에 쌓인
변두리 황토 흙먼지
과수원 나무 사이사이 쥐불은 검게 타고
목장 젖소들 음매음매 되새김질 하는데
작은 교회 지붕에 숟가락처럼 걸린 십자가도
눈물겹고 이제 다시 돌아온 탕자의 
무거운 발길 또 무섭다
무슨 변고가 또 있을까
나 같은 죄에 물든 미물도 다 살아가는데
새싹이 돋을 거라고 꽃이 또 필 거라고
그 무슨 못다 기다린 슬픈사람이 남아 있다고
봄비가 내리듯 술로 적셔야겠다
썩은 고목에 버섯이라도 돋게 해야겠다
 
  
봄소식   -   천상병

입춘이 지나니 훨씬 춥구나!
겨울이 아니고 봄 같으니
달력을 아래 위로 쳐다보기만 한다
새로운 입김이여
그건 대지의 작난인가!
꽃들도 이윽고 만발하리라
아슴푸레히 반짝이는 태양이여
왜 그렇게도 외로운가
북극이 온지대가 될 게 아닌가

   
봄아침  -    이해인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 햇살의
눈부신 색 실 타래
하얀 손 위에 무지개로 흔들릴 때
눈물로 빚어 내는
영혼의 맑은 가락
바람에 헝클어진 빛의 울을
정성껏 빗질하는 당신의 손이
노을을 쓸어 내는 아침입니다
초라해도 봄이 오는 나의 안뜰에
당신을 모시면
기쁨 터뜨리는 매화 꽃망울
문신 같은 그리움을
이 가슴에 찍어 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주인
지울 수 없는 슬픔도
당신 앞엔
축복입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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