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생각의글
♣♡ 겨울 나그네 ♡♣ 나그네란 말의 어감(語感)엔 왠지 쓸쓸함이 배어있다. 여행객이라면 행선지나 목적이 따라 붙지만 나그네에겐 그런 것도 없다. 대부분의 글이나 책 속에 묘사된 나그네의 모습은 그냥 정처없이 걷는 것으로만 되어 있어서 그럴 게다. 정처가 없다는 말은 목적지가 없다는 말이다. 그 나그네에 ‘겨울’이란 말이 붙으면 더 쓸쓸해 진다. 추운 날씨에 어디에서 쉴 것이며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엉뚱한 걱정까지 곁들여서 말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 한 최희준의 노랫말처럼 인생은 향방(向方)없이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야생의 풀이나 나무들도 잘 맞는 토양(土壤)에서는 그 지역의 특산물이 되듯이 인생도 걷다 보면 그에 맞는 토양도 만나게 된다. 제 발로 좋아하는 곳을 찾아 다닐 수 있으니 누가 나그네라 부른들 어떠랴. 인생뿐만이 아니라 투병생활에서도 체질에 맞는 기후가 각각 다르다. 신경통환자가 열대지방에 가면 약을 안 먹어도 거뜬해지는 진다. 난치병으로 의사에게 매달리는 것보다는 내 몸에 맞는 자연을 찾아 나서는 것만큼 훌륭한 처방도 없다. 나에게 맞는 것과 만나는 것, 사실은 그게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치달으니 그 행복을 놓치고 마는 것일 게다. 겨울의 언저리에서 묵묵히 서 있는 나목(裸木)을 바라보노라면 상념이 교차된다. 무성했던 잎들을 다 떨군 모습이 황량하기도 하지만 이리저리 뻗쳐진 잔가지들은 한여름 다른 가지에 그늘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있었거나 아니면 다른 가지의 그늘을 피해서 자신의 영역을 펼쳐진 것이라는 공학적인 분석도 하게 된다. 오늘도 비가 온다. 봄철의 보슬비는 운치가 있는데 겨울철의 보슬비는 그게 아니니 그것도 묘하다. - 소석님의 글 중에서 -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