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기타글

부자 애착 향상 프로젝트, 아이와 더불어 놀지어다!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청산(푸른 산) 2015. 3. 8. 07:11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육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이 대세가 되었다.

'아빠 어디 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 육아 프로그램의 인기를 필두로 '아빠 육아'는 더이상 새로운 트렌드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현실에서는 여전히 트렌드와 동떨어진 아빠들이 즐비하다.

'아빠 육아'라는 사회적 열풍에 압박, 또는 의욕을 느끼면서도 아이를 돌보거나 아이와 노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빠들이 숱하다.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놀이보다 공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아빠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진다.

 

엄마가 학습 매니저, 교육 전문가로 변신해 아이의 모든 스케줄을 전담하는 와중에 아빠는 구경꾼이 되어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 되어서다. 그 결과는 무시무시하다. 아이는 성장할수록 학원에 있는 시간이 늘고, 아빠는 아이 얼굴을 보기도 어렵다.

 

스케줄의 차이로 식구끼리 같은 밥상에 둘러앉을 기회도 드물어지고 아이가 아빠와 나누는 대화의 양은 '0'으로 수렴해간다. 훗날 "네 학원비를 버느라 아빠가 그렇게 바빴다"고 아무리 외쳐봐도 자녀와 이미 멀어진 거리를 좁힐 수는 없다. 자녀가 독립하고 결혼한 후 엄마(아내)는 손주를 봐주며 유대를 유지하지만 아빠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아빠가 현금인출기에서 투명 인간으로 전락하는, 이 끔찍한 인생 시나리오를 밟고 싶지 않다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꾸준히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전문 용어로는 '애착'과 '유대감'을 착실히 쌓아두어야 한다. 이를 만들 수 있는 특급 비방이 바로 놀이다.


또한 금성에서 온 엄마와 화성에서 온 아빠가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금성 스타일' 엄마는 정적이고 평온하며 정서적이다. 책을 읽어주거나 다정하게 노래를 불러준다. 따뜻하게 안아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를 흥분시키기보다는 편안하게 해주고 부드럽게 격려해주는 놀이가 주를 이룬다.

반면 '화성 스타일' 아빠는 다소 거칠고 떠들썩하다. 엄마가 주로 사물을 활용해 놀아준다면 아빠는 몸으로 놀아주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아이를 들어 올리고 함께 레슬링을 하며 경쟁을 즐긴다. 하물며 딸과 인형 놀이를 해도 대결 구도를 만들고야 마는 것이 화성 스타일이다. 아이는 숨이 넘어갈 듯 흥분하고 집 안은 난장판이 된다.

어떤 방식의 놀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둘 다 똑같이 중요하다.

아들이든 딸이든 이 2가지 스타일의 놀이를 고루 경험해야 균형 잡힌 인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유독 아빠 놀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엄마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아이와 충분히 놀아주려 애쓰기 때문이다. 놀이하는 절대 시간도 엄마와의 놀이가 훨씬 길다.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와의 놀이보다 아빠와의 놀이가 결핍되어 있다.

 

아빠와의 몸 놀이는 아이의 자기 조절 능력과 사회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거친 신체 놀이를 하지 못한 새끼 쥐는 성인이 되어서 공격성이 강하고 사회성은 부족한 쥐로 자랐다는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의 동물 실험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럼 어떻게 놀아야 하는가? 아빠의 놀이는 3가지를 지켜야 한다. 꾸준히, 틈틈이, 몸으로 놀아야 한다.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빵 놀이'를 즐겨 했다. 퇴근하기 전에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이들에게 빵을 사 가겠다고 말한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면 아이들은 빵 봉지를 기대한 채 온통 아빠의 손으로 시선이 쏠린다. 하지만 아빠의 손은 비어 있다.

 

아이들의 표정은 금세 샐쭉해진다. 이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아빠에게 실망을 쏟아낸다. 그때 나는 문밖으로 나가바깥 손잡이에 걸어둔 빵 봉지를 전리품처럼 들고 온다. 아이들에게서 환호성이 터진다.

업무가 많아 지친 날에는 '아나콘다 탈출하기' 놀이를 애용했다.

아빠는 누운 채 양다리로 아이의 배를 감싸고 조인다. 아빠의 양다리 사이에서 아이가 제힘으로 탈출하는 놀이다. 아빠는 크게 힘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아이의 재미는 만점이다. 아빠가 "탈출!"이라고 말하면 아이는 다리에서 빠져나가려고 용을 쓴다. 핵심은 강약 조절이다. 힘을 적절히 조절해가며 아이를 결국 풀어준다. 아이는 성취감과 자기 조절 능력을 얻게 되고, 몸을 부대끼는 스킨십에서 아빠와의 친밀감이 배가된다.

생각보다 쉽고 간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아이와 놀 때는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아이와 '놀아주겠다'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다. '놀아준다'는 것은 아빠와 아이 사이를 수직적인 관계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그런 아빠에게는 아이와의 놀이가 서로 즐거움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라 시간과 체력을 베푸는 일이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함께 어울릴 때 아빠도 비로소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놀이 시간을 의무가 아닌 행복을 충전하는 시간으로 승화할 수 있다.

 

놀이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뤄질 때 가장 재미있다. 이 전제는 아빠에게도 적용된다. 아이만 행복하고 재미있다면 그 놀이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아이와 놀면서 아빠가 재미와 행복을 느낄 때 놀이는 비로소 온전한 의미를 가진다. 아빠와 아이가 서로 행복한 놀이, 그것이 우리가 추구할 궁극의 놀이다. 놀아준다 생각 말고 아이가 되어 더불어 놀지어다!

저자: 권오진    출판사: 예담friend  
공감1 공감하기베스트공감 >

놀이만한 공부는 없다 |하루 5분 놀이로 아이는 세상을 배운다!
㈜위즈덤하우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