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여행,기타/관광,여행

선유도 가로수길 가을 소픙

청산(푸른 산) 2014. 12. 4. 15:10

'이런 곳이 있었네?' 양평동 선유도공원 가는 길, 가로수와 함께 늘어선 맛집, 멋집들.

↑ 선유도

최근 '선유도'와 '가로수길'이 하나의 관용어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선유도 가로수길'. 용례는 SNS 이곳저곳에서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선유도 가로수길에서 친구와 만남', '신사동 가로수길 못지않은 선유도 가로수길' 등등. 선유도역 2, 3번 출구에서 공원 입구에 이르는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의 애칭이란다. 노천 카페와 레스토랑이 길을 따라 늘어선 모습에 '가로수길'이 겹쳐 보였을 것이다.

"처음 왔을 때만 해도 길가엔 철물점, 정비소, 공장들만 늘어서 있었죠." 카페비이의 매니저 이윤정이 선유도 가로수길에 대한 감회를 털어놓는다. "안쪽 골목엔 더러 주택가, 군데군데 작은 식당들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환한 동네는 아니었어요."

강산이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년이라던가. 선유도와 양평동 일대가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꼭 15년이다. 1999년, 서울시가 한강복원사업 대상으로 양화대교 중턱에 위치한 선유도 정수장을 낙점한 것을 그 역사의 시작점으로 본다면 말이다. 그리하여 2002년,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우리나라 최초의 재활용 생태공원이 문을 연다. 선유도공원이다. 정수장의 철골 구조물 틈에서 피어난 들풀들, 콘크리트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 등 폐허와 자연의 조화로운 풍경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도심 속의 오랜 유폐지가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이곳은 예로부터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다. 안양천과 한강을 곁에 둔 덕에 홍수가 자주 일어났고, 일제 강점기에는 양평동 일대의 평탄한 지역을 공업지대로 지정했기 때문에 주거 지역으로는 영 적합하지 않았던 탓이다. 1960년대의 한강 개발은 고양이를 닮아 '괭이산'으로 불리던 선유봉을 졸지에 선유도, 즉 섬으로 바꿔놨고 1978년에는 여기에 서울 서남권으로 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을 설치한다. 2000년까지 정상 가동했지만 2년 뒤 선유도공원의 탄생은 정수장과 유폐지로써의 역사에 막을 내린다.

2009년에는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의 개통으로 역세권의 주거지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는다. 빌라와 오피스텔이 들어서면서 자연스레 공단 구역의 먼지 더께가 날아갔다. 선유도공원 가는 길의 기점도 당산역이나 합정역에서 선유도역으로 변화했다. '선유도 가로수길'이라는 별명을 얻은 건 이로부터 한두 해가 지나서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공장이 상가, 카페, 레스토랑으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곳의 새 가게들이 여느 가로수길의 상점들과는 확연히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거리를 점유하기보다 기존의 모습에 자신들을 녹여 내기 위한 시도를 한다. 3년 전 이곳에 들어선 첫 카페는 자동차 정비소를 멋지게 리디자인한 '마이네임이즈존'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카페비이의 전신이다. 이들은 자리를 선유도역 근처로 옮기면서 철물점 건물을 다시 한 번 재활용하기로 한다. 그 외에도 공장을 리모델링해 커피 전문 매장으로 오픈하거나 오래된 반지하 주택을 개조해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펍으로 단장하는 등 흥미로운 '업사이클링' 사례가 넘쳐난다. 마치 선유도공원의 가치를 계승하듯 말이다. 그러니, 가을날 몸이 간질간질한 이들이라면 이곳으로 뛰쳐나오길. 눈부신 날씨, 아름다운 공원, 울긋불긋한 가로수, 그리고 멋진 가게들이 당신을 향해 펼쳐져 있으니.

↑ 카페비이

↑ 카페비이

↑ 카페비이

↑ 이윤정, 린다

"선유도공원 일대에 새로운 문화를 이식하고 싶습니다." - 이윤정('카페비이' 대표) 린다('카페비이' 매니저)

카페비이


선유도역 2번 출구 앞 모던한 건물 하나. 창 너머로 안을 흘낏 들여다보면 이국적인 패턴의 타일과 식기들이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이 공간은 인테리어 사무소 마이네임이즈존My name is John에서 운영하는 카페비이Cafe b.E다. 낡은 철물점 건물을 인더스트리얼풍의 카페로 리모델링했다. 이들의 주 메뉴는 아이스크림. 100년 전통의 이탤리언 젤라토 회사인 파브리Farbri에서 오가닉 파우더와 시럽을 공수해 10여 가지 메뉴의 선디sundae를 만든다. 초코칩과 시럽을 잔뜩 올린 '민트 초코', 콘 과자와 함께 과일을 수북이 얹은 '망고'는 맛과 향, 먹는 재미 모두 쏠쏠하다. 한편 문화 행사를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데, 11월에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피'를 주제로 전시를 연다. 구미가 당긴다면 이들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팔로해보길.

LOCATION

양평로22길 5

web

↑ 라피네 플라워

↑ 라피네 플라워

↑ 라피네 플라워

↑ 라피네 플라워

라피네 플라워

선유도역에서부터 공원 입구까지 뻗은 '가로수길'의 끝자락에 자리한 꽃집. 공사중인 건물들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찾기가 만만치 않은 비밀스런 공간이다. 여느 가게처럼 꽃무더기를 가져다놓고 상시 판매하기보다 꽃꽂이 클래스, 개인 레슨, 예약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작업실 겸 스튜디오다. 라피네 플라워Raffine Flower의 부케 디자인은 단정하고 정직한 영국 스타일을 지향한다. 한창 유행 중인 자연주의 프렌치 스타일과 거리가 멀지만 오래 두고 보아도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올가을 이곳을 장식하는 꽃은 글라디올러스다. 가을에 나는 꽃이라 그런지 온몸으로 고혹적인 검붉은 빛을 뿜어낸다. 그 외에도 계절 꽃 라눙쿨루스를 활용한 부케들도 함께 선보인다. 선유도공원으로 웨딩 촬영, 스냅 촬영하러 가는 이들에게는 부케나 화관을 마련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LOCATION

양평로22사길 3

TEL

070-7745-9618

↑ 빨간찬장

↑ 빨간찬장

↑ 빨간찬장

↑ 빨간찬장

빨간찬장

엄마가 만들어주는 음식이 그리운 이를 위한 밥집.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각지의 질 좋은 재료를 공수해 만든다. 매장에서 참숯에 구워주는 '석쇠 불고기 반상'은 충북 예산에서 만든 참숯을 이용해 구운 것으로 먹는 내내 은은한 숯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닭 육수로 만든 '닭고기 카레라이스', 맵진 않지만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해산물 얼큰탕' 등은 간이 심심해 처음에는 낯설지만 깔끔한 맛 덕분에 계속 찾게 된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참박김밥'인데, 남해의 박을 간장에 조리고 건조시키는 과정을 반복해 완성된 박 조림을 넣어 만든 김밥으로 촉촉하면서도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다. 궁중 음식에 빠지지 않았을 정도로 건강에 좋다는 박은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밑반찬으로는 오이지, 꼴뚜기젓갈, 어묵볶음, 겉절이가 나오는데 이 중 겉절이는 주문 즉시 그 자리에서 만들어 물기 없이 아삭한 배추의 맛이 살아
있다. 테이크아웃도 가능하다.

LOCATION  양평로 22길 5  TEL   02-2637-8989

↑ 갓

↑ 갓

↑ 갓



튀김을 전식 정도의 가벼운 음식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안타깝다. 아직 제대로 된 튀김을 먹지 못한 것이다. 선유도 갓God에선 튀김의 신을 만날 수 있다. 왕새우, 꽃게, 파인애플, 베이컨, 감자 등 10가지가 넘는 종류의 튀김이 메뉴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과일이나 치즈는 빵가루를 사용한 일식 요리법을, 꽃게 같은 해산물은 중식 요리법을 사용하는 등 재료 본연의 맛과 식감을 살리는 적절한 요리법을 구사한다. 모든 재료는 냉동 없이 아침마다 들여온 생물을 사용하며 신선한 프리미엄 튀김을
지향한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칼칼한 맛이 나는 '옛날 떡볶이'도 놓쳐선 안 될 메뉴. 10여 종의 맥주가 구비되어 있어 가볍게 한잔하기에 완벽한 장소다. 그중 천연 홉을 이용한 '페일 에일'은 그윽한 향기와 깔끔한 맛 덕분에 튀김과 가장 궁합이 좋다. 금요일 밤을 치맥 대신 '튀맥(튀김+맥주)'으로 불태워볼 것.

LOCATION

양평로22길 8

TEL

02-2645-6448

↑ 어라운지

↑ 어라운지

↑ 어라운지

↑ 어라운지

↑ 어라운지

어라운지

커피를 시작하는 이라면 어라운지Arounz에 가야 한다. 커피에 대한 A to Z를 모두 담는다는 이름의 의미처럼 모든 용품이 한곳에 모여 있다. 드리퍼, 글라인더, 프렌치 프레스 등 기본적인 도구부터 고가의 에스프레소 추출 기구, 최근 유행인 브로우 머신 등 총 5000종에 달하는 용품을 선보인다. 로스팅된 원두는 물론 그린 빈도
판매하고 있는데, 원하는 원두를 골라 바로 로스팅이 가능하다. 직원 모두 커피 전문가로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다. 10월부터는 브로우 머신 등의 기계를 직접 사용해보고 이를 활용해 내린 커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3층에서는 바리스타가 만든 아메리카노나 라테를 구매자에 한해 제공한다. 카페처럼 만들어진 공간에서는 한 달에 4회 정도 커피 관련 클래스나 세미나가 열린다. 커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이라면 홈페이지(www.arounz.co.kr)에서 참가를 신청해볼 것. 카페를 열고자 하는 창업자에게는 컨설팅과 원두 블렌딩까지 도와주고 있다.

LOCATION

양평로28마길 9

TEL

1577-0626

↑ 선유도 커피집

↑ 선유도 커피집

↑ 선유도 커피집

↑ 선유도 커피집

↑ 김예원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전하고 싶어요." - 김예원('선유도 커피집' 대표)

선유도 커피집

'손흘림 커피'라는 우리식 핸드 드립 커피를 선보이는 선유도 커피집. 기존의 핸드 드립이 3분 정도의 시간동안 대략 2잔 정도를 추출한다면, 손흘림 커피는 같은 시간에 20잔 정도를 추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 1세대 바리스타인 이정기 선생이 핸드 드립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만든 방식이다. 그에게 직접 전수받은 주인장이 작년 4월 선유도에 문을 열었다. 진한 커피 원액을 추출해 물이나 우유를 희석해 마시는 방식으로 겉보기에는 더치 커피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맛은 그보다 깊고 진하다. 로스팅 과정에서 원두를 태우지 않아 쓴맛이 없고 뒷맛이 깔끔하다. 평소 커피를 즐기는 이라면 원액 자체를 시음해보기를 추천한다. 보통 커피와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메뉴는 '선유도블랜딩 1, 2, 3, 4'로,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숫자를 매겼다. 손흘림 커피가 낯설다면 아메리카노와 가장 유사한 '선유도블랜딩 3'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르 코르동 블루 출신 파티시에가 만드는 진득한 브라우니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가을이 풍요로워진다.

LOCATION

선유로49길 32

TEL

070-7502-1547

↑ 엘디아

↑ 엘디아

↑ 엘디아

↑ 엘디아

엘디아

당산초등학교 맞은편을 보면 단번에 눈길을 끄는 가게가 하나 있다. 전면의 개폐식 유리창, 층고가 높은 실내를 활용한 복층 설계, 노인의 초상을 커다랗게 그려 넣은 오픈 키친의 외벽까지. 모든 요소가 감각적인 이곳의 정체는 스페인 가정식을 주 메뉴로 하는 유러피언 카페 엘디아El Dia다. 유명 스패니시 레스토랑 '엘플라토' 출신의 요리사가 만드는 음식은 캐주얼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반절은 튀기고 반절은 튀기지 않은 면을 섞어 만드는 '크림 피데오 파스타', 하몽을 넣은 샐러드와 스파게티 면을 조합한 '스패니시 파스타'는 이들의 노련함을 보여주는 메뉴들. 디저트도 요리 못지않게 훌륭한데, 특히 티라미수를 음료처럼 후루룩 마실 수 있도록 제조한 '카페 티라미스'는 마스카르포네 치즈의 농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전직 소믈리에인 주인장의 40여 종에 달하는 와인 컬렉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LOCATION 양평로22길 18 선유파크빌딩  TEL  070-8829-5057

↑ 102펍

↑ 102펍

↑ 102펍

↑ 102펍

102펍

고만고만한 건물이 늘어선 주택가의 골목 중턱에 신기루처럼 자리한 맥줏집. 흰 페인트칠을 한 벽돌에 청록색 차양을 달아둔 산뜻한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싱가포르나 방콕의 펍을 연상시키는 캔들 조명과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메뉴판 역시 분위기를 이어간다. 우선 주인장이 과거 동남아시아 출장 중에 즐겨 마시던 것을 못 잊어 들여왔다는 '칭다오 생맥주'. 동네 펍에선 보기 드문 메뉴다. 11월에는 칭다오 생맥주에 곁들이기 좋은 안주 '미트볼 스튜'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라고. 기네스와 라거 맥주를 반절씩 섞은 '하프앤하프'는 흑맥주가 익숙지 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은데, '블랙&탄(기네스와 호가든 조합의 맥주 칵테일)'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제조한 음료다. 선유도공원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그냥 돌아가기 아쉬울 때 잠깐 들러 한잔하기 좋은 곳.

LOCATION    양평로22나길 5  TEL  02-3667-0120

↑ 선유도 지도

<2014년 11월호>  인턴 에디터  강은주 어시스턴트 에디터 권아름
포토그래퍼  정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