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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청산(푸른 산) 2014. 11. 27. 16:16
 
♣♡ 길 위에서 - 나희덕·시인,  ♡♣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 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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