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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의 진면목 애월 중산간 마을 길_제주올레길 -다시걷고 싶은길

청산(푸른 산) 2014. 10. 23. 09:16

제주 올레의 진면목 애월 중산간 마을 길, 제주올레길(한림항~고내포구)

제주 올레의 진면목을 들여다보려면 제주도민들의 삶을 알아야 한다.

올레 15코스가 지나는 중산간 지역은 제주도의 과거와 오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관광 책자에 나열된 관광지를 섭렵하며 돌아다니는 제주도 여행에 질렸다면, 진짜 제주도의 속살을 느끼고 싶다면 이에 적격인 올레 코스가 있다. 바로 중산간 마을들을 지나는 15코스이다. 중산간 마을은 제주도의 속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관광객들이 흔히 말하는 원주민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


총 19km에 이르는 전체 코스 가운데 특히 애월의 납읍리와 하가리로 이어지는 5km 구간은 이 코스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의 오래된 초가와 마을 제단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등 중산간 여정의 핵심인 납읍리의 납읍초등학교 바로 옆 '금산공원'은 빼놓지 말고 꼭 가봐야 할 곳이다.

 

3.4km2에 이르는 금산공원은 사철 푸른 나무들로 가득해 숲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하루 일정을 짜도 좋을 정도이다. 후박나무, 동백나무, 종가시나무, 아왜나무 등 이름부터 생소한 난대성 수목이 빽빽이 들어차 마치 휴양림에 들어선 듯하다.

 

한낮에도 해가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은 평소 걷기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저절로 발걸음을 떼게 만든다. 완만한 굴곡과 평지가 잘 어우러져 오래 걸어도 지루하지 않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에게도 추천할 만하다. 금산공원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포제단이다.

 

중산간 지역은 마을마다 고유의 마을제를 치르는데, 금산공원의 포제단은 특히 유교 형식을 잘 갖춘 곳이다. 포제단 마당 안으로 들어가면 성스러움과 생경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납읍리사무소 윗길을 따라 올라가면 계절마다 달리 피어나는 꽃들이 길손을 반긴다.

 

올레를 따라 마을을 걷노라면 유채, 매화, 감귤 꽃, 동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디 꽃뿐일까, 사계절 내내 초록 잎들이 싱그럽다.

납읍리에는 올레의 옛 모습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올레는 관광 코스로 짜인 걷기 코스와는 전혀 다르다. 제주도의 올레는 집과 마을을 연결해 주는 작은 길로, 공공의 길이라기보다는 주로 가족이 쓰는 길이다.

 

대문을 두지 않는 제주도의 전통을 반영해 올레는 집과 집으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진다. 사생활을 보호하면서도 거센 바람을 누그러뜨려 집 안으로 들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납읍리와 하가리에는 이런 특징을 오롯이 반영한 올레가 곳곳에 남아 있다.

 

검은 돌담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 두 사람이 간신히 스쳐 지나갈 정도로 좁고도 소담스러운 길. 올레를 만나는 행운은 중산간 여정의 작은 기쁨이요, 소득이다.

 

 

길을 계속 따라가다 보면 하가리사무소에 닿는다. 하가리사무소 뒤편에는 중산간 마을의 오랜 전통 가옥인 초가가 엎디어 있다. 지붕의 이엉을 비롯해 지금은 민속마을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제주도 전통 가옥의 구조를 이곳에 가면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은 좀처럼 찾기 힘든 통시(뒷간)도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우영팥(집 주변의 작은 텃밭) 사이로 빠져나와 집과 마을을 이어주는 올레의 다정한 풍경은 검정과 초록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제주도가 깊숙이 간직한 진짜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여행자라면 꼭 납읍리와 하가리를 잇는 중산간을 돌아보길 권한다. 제주도에는 푸른 바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이겸)

출처: 대한민국 다시 걷고싶은 길 ㅣ 저자: 한국여행작가협회 ㅣ 출판사: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