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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서울도심 '정말 걷기 좋은 숲길' 7선

청산(푸른 산) 2014. 9. 10. 02:40

 

[한겨레]모처럼 한적해진 산자락엔 초가을 숲향기


지역주민들 아끼는 숨은 볼거리·이야깃거리


한가위 연휴로 귀성객 빠져나간 서울 도심은 모처럼 한적해졌고, 서울 숲길들은 한결 아늑해졌다. 연휴를 서울에서 보내는 가족이라면, 하루쯤 가까운 산자락 숲길로 들어가 초가을 숲향기에 젖어볼 만하다.

시멘트 건물로 가득 찬 서울이지만, 눈이 번쩍 떠질 만큼 아름답고 울창한 숲길이 도심 곳곳에 깔려 있다. 숲은 서늘하되 길은 완만해,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거닐 수 있는 곳들이다. 이야깃거리·볼거리도 풍성한, 서울 도심의 멋진 숲길 일곱 곳을 소개한다. 지역 주민들이 애지중지하며 아끼는 산책로들이다. 연휴 이후라도, 사철 아무 때나 찾아가도 좋다. 가을이면 단풍, 겨울엔 설경, 봄엔 들꽃들이 두루 화사한 경치를 펼쳐놓는 꽃길이자, 비 오고 바람 불어도 좋은 숲길이다.

1.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둘레길)

안산(296m)의 안산자락길은 서울시내 걷기 좋은 도심 숲길 중에서 첫손에 꼽을 만한 곳이다. 서대문구에 솟은 낮고 완만한 산이다. 낮으면서 숲은 울창하고 전망도 빼어난데, 무엇보다도 오솔길·나무데크길이 걷기 좋아하는 이들을 기쁘게 한다. 나무데크길은 계단이나 턱이 없앤 이른바 '무장애길'이다. 걸림돌 하나 없는나무데크로 이뤄진 안산자락길(둘레길)이 7㎞나 이어진다. 남녀노소가 넉넉잡고 3시간이면 한바퀴 돌 수 있다. 편백나무숲·낙엽송숲·활엽수숲 등으로 이어지는 숲길이 아름답거니와, 물맛 좋은 약수터(산 전체에 20여곳)와 쉼터도 곳곳에서 기다린다. 약수터 주변엔 운동시설이 설치돼 있다.

안산 정상의 장쾌한 전망 감상도 빼놓을 수 없다. 둘레길에서 20여분 걸어오르면 봉수대가 있는 정상에 이른다. 가까운 아파트 무리에서부터, 인왕산·북한산·북악산·남산 등 가깝고 먼 산들과, 산들이 품고 있는 광화문·용산·여의도·신촌 등 도심의 고층빌딩 숲이 빼곡하게 우거져 있다. 북서쪽 일부 전망을 제외하곤, 270도가량의 시야가 좌우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안산 자락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제강점기 애국지사들이 투옥되고 희생됐던 옛 경성감옥 자리에 조성한 기념관이다. 신라 때 연세대 터에 창건됐다가 옮긴 고찰 봉원사도 있다. 봉원사는 한글학회의 시초가 된 국어연구학회가 창립총회(1908년)를 열었던 곳이다. 봉원사 명부전 현판은 조선 개국공신 삼봉 정도전의 친필이다.

둘레길 걷기 출발점은 서대문구청 쪽이나 독립문역, 봉원사 등 여러 곳이다. 10여분 걸어오르면 안산자락길(나무데크길)과 만난다.

2. 도봉구·노원구 초안산 나들길

노원구 월계동과 도봉구 창동 사이, 전철 1호선 월계역과 녹천역 부근 한옆으로 완만하게 솟은 산이 초안산이다. 해발 114m. 산은 낮아도 아기자기한 숲길이 곳곳으로 뻗어 있어 걷고 쉬며 초가을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주변에선 오래전부터 이 산을 '내시 산'으로 불러왔다. 조선시대 궁궐 내시들의 묘를 이곳에 많이 썼기 때문이다. 내시뿐 아니라 궁녀들 묘와 양반계층, 그리고 일반 서민들 묘까지 무려 1000기의 분묘들이 모여 있다고 한다. 초안산(楚安山)이란 이름도 편안한 안식처로 정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묘들은 대개 서쪽을 향해 자리잡은 모습인데, 이는 임금을 향한 충절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 분묘군은 2002년 사적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산책로 주변 여기저기서 옛 무덤의 문인석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내시도 묻히고 궁녀도 묻힌 조선시대의 거대한 공동묘지 산이지만, 산은 아늑하고 숲은 향기롭다.

한때 이곳에 골프연습장 건설이 예정되면서 산이 훼손될 위기를 맞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어렵사리 지켜낸 산이기도 하다. 노원구 일대의 묘들에 세워져 있던 문인석·십이지석상 등을 모아 전시한 월계도비석공원과 생태학습장·생태연못도 있어 자녀와 함께 산책하며 보고 배울 것들이 많다. 한국전쟁 때 만든 방공호들도 남아 있다. 2시간 정도면 산 정상과 둘레길(나들길)을 둘러볼 수 있다. 녹천역 4번 출구를 이용한다.

3. 광진구 아차산 둘레길·산길

아차산(287m)은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 경계에 자리한, 전망 좋고 숲기 좋은 산이다. 계단길과 흙길을 20여분 오르면 능선 좌우로 펼쳐지기 시작하는 광진구 일대와 구리시·서울시 경계 지역의 한강 경관이 장관이다. 삼국시대 고구려·백제·신라군이 접전을 벌였던 곳으로, 산 능선을 따라 고구려군이 쌓은 보루(둘레 100~300m의 작은 성곽)들이 남아 있고, 백제군이 쌓은 아차산성도 산자락에 있다.

고구려정~해맞이광장~보루 유적지를 거쳐 정상까지 오르내리며 바라보는 광진구·송파구 도심과 한강 물줄기 등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아차산 정상에서 긴고랑길로 내려오거나, 용마산 정상을 거쳐 중곡동 쪽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계단길·바윗길이 부담스럽다면, 아차산 자락과 용마산 자락으로 조성된 둘레길을 걸어볼 만하다. 아차산 등산로 입구에서 긴고랑공원을 거쳐 용마산 등산로 입구(중곡지구)까지 이어지는 총 3.7킬로의 아차산둘레길(약 2시간 소요, 산전체를 도는 둘레길이 아닌 일부 구간 둘레길이다)이 있다.

둘레길 중 아차산 등산로 입구인 평강교에서 휴게데크까지 500여m 구간은 계단과 턱이 없는 '무장애길'로 조성됐다. 나무데크를 따라 휠체어·유모차 등이 오갈 수 있게 만들어져 노약자들도 편하게 숲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전망데크에선 광진구와 송파구 일대 도심이 한눈에 전망된다.

용마산 입구는 지하철 7호선 중곡역에서 10분 거리, 아차산 입구는 아차산역이나 광나루역에서 각각 15분 거리다.

4. 강북구 북서울꿈의숲 오패산·벽오산 숲길

강북구 번동 벽오산(135m)과 오패산(132m) 사이에 깃든 공원이 북서울꿈의숲이다. 옛날 놀이공원 드림랜드가 들어서 있던 자리에, 지난 2009년 주변 녹지대까지 아울러 66만여㎡에 조성한 대규모 공원이다. 참나무류와 단풍나무·소나무 우거진 오패산·벽오산 자락 숲길을 거닐어볼 만하다. 공원 양쪽으로 솟은 두 산자락에 거닐 만한 숲길이 곳곳으로 이어져 있다. 길이 완만하고 숲은 아름다워 쌍쌍이 산책하는 이들이 많다. 산길을 거닐기 전후로 아트센터 옆 전망대(139m)에 올라볼 만하다. 북쪽·동쪽으로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 등 주변 산들과 서울시내 경관이 한눈에 잡힌다.

볼거리·체험거리도 많다. 순조와 순원왕후 사이에 태어나 15살 때 세상을 뜬 복온공주(1818~1832)의 능터(남편 김병주와 합장했다가 용인으로 이장)가 있고, 복온공주와 부마 김병주의 능에 제사를 올리던 재사인 창녕위재사가 남아 있다. 대한제국 말 영의정을 지낸 항일지사 김석진 선생이 일제에 항거해 자결했던 곳도 이곳이다. 꿈의숲 아트센터는 공연장·갤러리·식당 등을 갖추고 있어 둘러볼 만하다. 다양한 체험형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상상톡톡미술관도 자리잡고 있다.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 이용. 2번 출구 40m앞 마을버스(05번)로 5분, 3번 출구 70m앞 1124번 버스로 5분 거리.

5. 동대문구 홍릉수목원 산길

동대문구 회기동. 국립산림과학원 부속 수목원이 홍릉수목원이다. 본디 조선 말기 왕가의 능역으로 지정됐던 곳이다. 홍릉이란 1895년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된 명성황후의 능을 말한다. 양주 지역에 있다가 2년 뒤 이곳으로 이장됐는데, 1919년 고종 승하 뒤 다시 금곡으로 옮겨 고종과 합장됐다. 수목원 본관 오른쪽 산자락에 홍릉 터가 있다. 홍릉 이장 뒤 일본인 식물학자들이 임업시험장을 이곳에 마련하고 나무 연구를 시작한 것이 홍릉수목원의 시작이다.

홍릉숲은 44만㎡ 넓이의 산지와 평지에 2000여종에 이르는 목본과 초본 20만여본이 들어찬 국립산림과학원의 시험연구림이다. 본관과 연구동 뒷산에 여러 갈래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참나무류와 침엽수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산길을 거니는 맛이 청량하다. 평지 쪽에선 아름드리 낙우송들의 자태와 함께 학술적으로 가치가 높은 나무들도 관찰할 수 있다. 가을 단풍도 눈부시다.

홍릉숲 정문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영휘원에도 들러볼 만하다. 고종황제의 후궁인 순헌귀비 엄씨의 묘(영휘원)와 엄씨의 손자로 생후 9개월 만에 죽은 이진의 묘(숭인원)가 있는 곳이다. 홍릉숲은 토·일요일에만 개방한다. 숲해설가 2명이 상주한다. 토·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2시 두 차례 숲해설을 진행(3~11월)한다.

6. 서초구 서리골·서리풀 나들길

아파트 숲 가운데 살아남은 아름다운 숲길이다. 본디 서리골공원과 몽마르뜨공원, 몽마르뜨공원과 서리풀공원으로 이어지던 산자락이 찻길로 나뉘어졌으나, 2009년 각각 누에다리와 서리풀다리가 놓이면서 이어져 한꺼번에 세 공원의 숲길을 탐방할 수 있게 됐다. 서리골은 서초동의 옛 이름인데, 서리풀이 많았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숲길로 들면, 도심 속에 있다는 걸 잊을 정도로 빼어난 경관의 산책로가 이어진다. 주민들뿐 아니라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걷는 이들도 많다. 향기로운 흙길과 나무계단길, 쉼터가 번갈아 나타나는 근사한 오솔길이다. 엘이디 조명이 설치된 누에다리의 아경도 볼만하다.

서리풀공원 끝엔 태종의 둘째아들인 효령대군 묘(청권사)와 사당이 자리잡고 있다. 산책로 길이 약 3.3km, 약 1시간30분 소요. 고속터미널역 지하철 3·7·9호선 5번 출구. 3번 출구로 나와 육교를 건너도 된다. 2호선 방배역 2호선 4번 출구를 이용해도 된다.

7. 관악구·금천구 삼성산 나들길

삼성산(461m)은 관악산 서쪽, 관악구·금천구·안양시에 걸쳐 솟은 산이다. 신라 때의 고승 원효·의상·윤필대사 등 3명이 이 산에서 수도했던 데서 삼성산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조선 말엔 기해박해 뒤 새남터에서 효수형을 받아 순교한 앵베르 주교, 모방 신부, 샤스탕 신부 등 3명의 프랑스 신부들이 묻혔던 곳이기도 하다.

산자락을 따라 5.6km 길이의 완만한 둘레길(나들길)이 조성돼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다. 한바퀴 도는 데 약 3시간 소요. 다 걸을 필요 없이 중간에 빠질 수도 있다. 만수천 생태연못과 감로천 생태공원, 야생초화원 등이 조성돼 있어, 생태 탐방을 겸할 수 있다.

지하철 1호선 독산역 1번 출구. 맞은편에서 마을버스 금천08번을 탄다.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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