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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속도 ♡♣ 겨울 끝에서 봄을 맞았던 게 어제 같은데 여름 더위를 느낍니다 이제 또 덥다 덥다 몇 번하고 나면 여름이 가버릴 것이며 이내 시원한 바람으로 바뀌고 또 차가운 겨울이 될 것입니다 근래 들어서는 4계절을 제대로 느껴보지도 못하고 덤벙덤벙 세월만 보내고 마는 것 같습니다 이리 빨리 흘러가는 세월 앞에서 사람도 따라 늙어가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헤어짐의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다급함 앞에 또다시 쫓기게 되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에 근무하는 덕에 주위의 아픈 사람들 부탁을 자주 받는데 10년 전만 해도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쉽게 치료를 받고 완쾌되어 나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선 더 이상 어찌 해 볼 수 없는 상황으로 절망을 안고 나가거나 이곳에서 아예 생을 마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 그 이유가 뭘까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의학기술은 날로 좋아져 가는데 왜 전에는 다들 잘 고쳐 나가던 것이 근래엔 그렇지 못할까 그런데 이유는 아주 간단했습니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는 것입니다 10년 전에는 부탁해 오는 사람들도 10년 이상 더 젊은 층이었습니다, 그래선지 쉽게 잘 나아서 나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엔 부탁하는 이들도 대개가 10년의 나이가 더 들어버린 분들이었습니다 아무리 평균수명이 길어졌다 하지만 일단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고장 날 위험도가 높아지기 마련이고 또 뭔가 이상이 생겼다 하면 쉽게 고치지 못 할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기차를 타고 삶이라는 여행을 하는 우리도 처음엔 천천히 가는 것 같기 때문에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고 빨리 달렸으면 했지만 어느새 속도가 더해지자 금방 현기증을 느끼게 되는 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생이란 열차의 속도 곧 자기 삶에 대한 시간의 속도를 계산할 때 자기의 나이에 '2'를 곱한다고 하나 봅니다 스무 살의 사람은 20 곱하기 2가 되니 시속 40km이나 쉰 살의 사람은 50 곱하기 2 이니 100km가 되어 같은 시간대에 살면서도 서로 엄청나게 다른 속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잠시도 머물러 주지 않는 시간, 내 것인 줄로 알았는데 사실은 아주 잠깐 빌려쓰고 있었던 것인 시간 그러니 그 귀한 시간을 자기한테까지 인색하게 썼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이겠습니까 김한길의 <아침은 얻어먹고 사십니까> 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만약 인생이라는 것이 트랙에서의 달리기 경주 같은 거라면 이 땅에는 결국 한 명의 승자와 사천만의 패자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니다. 우리는 트랙에 갇혀 있지 않다. 우리에게는 각자가 뛰어가고 싶은 결승점이 있다. 낙오자란 자신이 어디로 뛰어가야 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이다 각자의 결승점을 향해 뛰어가는 사람들,그렇게 뛰어가서 목표에 도달하는 사람들,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방향도 못 정하고 허둥대기만 하는가 하면 덩달아 남의 뒤만 따라가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인생이란 기차에 몸을 싣고 앉아 그냥 그 속도에 맡길 것이냐 아니면 트랙에서의 달리기 경주처럼 내가 뛰어가고 싶은 결승점을 향해 전력질주를 할 것이냐 두 종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둘 다 세월이 흘러가는 것을 막거나 역류할 수는 없다는 것이며 어느 누구든 각자의 결승점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누구에게나 아주 공평하게 단 한 번만 주어지는 것이 인생 아니겠습니까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면서 조급해 지는 것도 단 한 번뿐인 우리 삶에서 내가 힘껏 달려간다 해도 사실은 우리 모두가 시간이라는 거대한 에스컬레이터 위에서 기차를 탔느니 그냥 달려가고 있느니 하며 허둥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연 나는 지금 얼마큼의 속도로 미지의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내가 달려가고 있는 결승점은 진정 내가 가고싶어 했던 목표가 맞을까요? 현기증을 느낄 만큼 삶의 속도를 느끼는 것은 나도 이미 시속 120km를 훨씬 넘어 달리고 있음입니다 벌써 말입니다 - 최원현의 '살며 사랑하며'에서 -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