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향기로운글
♣♡ 겨울볕 속에도 봄볕은 숨어 있다 ♡♣ 겨울인데도 볕이 따뜻하다. 마치 봄볕인 것만 같다. 겨울볕 속에 숨어있는 봄볕이라 더욱더 반갑다. 가만히 눈을 감고 서있으면 꽃이 피어나는 것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지난주만 해도 많이 추워서 겹겹이 옷을 입고도 웅크리고 살았는데 오늘은 이렇게 이 볕 한 줌에도 추위를 잊게 된다. 겨울 속에서 따뜻한 날들은 마치 선물과도 같다. 선물은 받고 기뻐해야 가치가 있는 법이다. 나는 산을 내려가 섬진강을 향해 차를 달렸다. 창문을 열고 바람의 결을 느꼈다. 차지 않고 부드러웠다. 나는 하늘의 선물을 기쁜 마음으로 즐겼다. 볕 한 줌에도 행복해지는 이 마음이란 얼마나 소박한 것인가. 하지만 우리는 이 마음에 너무 많은 것을 쌓아두며 살아가고 있다. 마음이란 본시 비우기를 좋아하는데 우린 잊지 못하고 쌓으며 살아가고 있다. 마음의 본성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의 본성을 위배하면 삶은 괴로워지는 법이다. 그때가 지나면 시련도 고통도 미움까지도 다 잊어버려야만 한다. 한 번 잊을 때마다 우리는 성숙해진다. 미움을 잊어야 용서를 만나게 되고, 분노를 잊어야 평화를 만나게 되고, 시련을 잊어야 새로운 탄생을 만나게 된다. 봄볕 같은 겨울볕 아래서 나는 추위를 잊고 겨울을 잊는다. 차를 몰고 달리는 길에 섬진강이 함께 따라온다. 언제나 만나도 반가운 누이 같은 저 섬진강은 바다에 이르러 비로소 어머니가 될 것이다. 한 맛의 평등한 바다에서 섬진강은 자신이 달려온 물길의 노고를 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마저도 기꺼이 버리고 바다가 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강은 흐르면서 비로소 성숙해진다. 시련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새롭게 바다로 태어나는 저 강의 흐름이 아름다운 것은 성숙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의 섬진강을 달리다 -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