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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가며 닦는 마음

청산(푸른 산) 2013. 7. 26. 22:06

*♣* 비워가며 닦는 마음  *♣* 
  
모름지기 살아간다는 것은 가득 채워져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비워가며 닦는 마음이다. 
비워 내지도 않고 담으려 하는 욕심, 
내 안엔 그 욕심이 너무 많아 이리 고생이다. 
언제면 내 가슴속에 이웃에게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수수한 마음이 들어와 앉아 둥지를 틀구 
바싹 마른 참깨를 거꾸로 들고 털 때  소소소소 
쏟아지는 그런 소리 같은 가벼움이 자릴 잡아 평화로울가. 
늘 내 강물엔 파문이 일고 눈 자국엔 물기 어린 축축함으로 
풀잎에 빗물 떨어지듯 초라하니 
그 위에 바스러지는 가녀린 상념은 지줄 대는 산새의 
목청으로도 어루만지고 달래주질 못하니 
한 입 배어 먹었을 때 소리 맑고 단맛 깊은 한겨울 무, 
그 아삭거림 같은 맑음이 너무도 그립다. 
한 맺히게 울어대는 뻐꾹이 목청처럼 피맺히게 토해내는 
내 언어들은 죽은 에미의 젖꼭지를 물고 빨아내는 
철없는 어린것의 울음을 닮았다.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이, 곧 나다. 
육체 속에 영혼 속에 수줍은 듯 숨어 있는 것도 역시 나다. 
나를 다스리는 주인도 나를 구박하는 하인도 변함 없는 나다. 
심금을 울리는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외침, 외침들 
그것도 역시 나다. 
나를 채찍 질 하는 것도 나요, 
나를 헹구어 주는 것도 나다. 
- 지학스님 의 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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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