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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청산(푸른 산) 2013. 4. 14. 06:16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 
   
남자는 벌써 몇 시간 째 방안에서만 틀어박혀서 불도 켜지 않은채 
그녀의 말을 되뇌고 있었다.                                                      
"이젠 더 이상 못 참겠어. 네 옆에 있으면, 널 보고 있으면 정말 답 
답해서 못 견디겠어. 넌 너 자신한테 그렇게 자신이 없니? 그럼 너를  
사랑하는 나는 뭐야? 나까지 바보로 만들 거야?" 제발 웅크리고 있지     
말고 납자답게 자신 있게 뭐든 해보란 말이야!"                             
그러더니 결국, 그녀는 남자에게 이별을 말했다.                    
남자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소심함과 우유부단함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 때문에 앞에서 지켜보던 그녀가 많이 답답하고 힘들어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남자도 고치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스스로가 괴로웠기에 간절히 고치고 싶었다. 다만 어디서부터 어떻
게 고쳐나가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녀와의 이별 후,그는 전보다 더 자신감을 잃고 무기력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그는 TV를 보다가 우연히 퀴즈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상금이 큰 만큼 매회 쟁쟁한 도전자들이 나왔고,그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은 무척 흥미진진했다.그런데 순간, 남자는 평소 무심히 보아오던 
프로그램이 달리 보였다.그는 TV에 출연한 도전자들이 모습위로 
자신의 얼굴을 상상해 보았다. 이번이 바로 기회라는 생각이 남자의  
머릿속을 스쳤다. 남자는 곧장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출연  
신청을 했다. 그 자신도 놀란 만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남자가 방송 출연하는 날이 되었다.남자는 주위 아무에게도 이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그에게 방송출연이나 거액의 상금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그는 다만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의 담력을 시험
해보고 싶었다.                                                                    
남자는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역시 많이 긴장했던 탓에 
그는 심하게 떨었고,자기소개를 할 때나 사회자가 묻는 말에 대답할 
때는 말을 더듬기도 했다. 특히 사회자가 상금을 타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을  때는 아예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머리만 긁적  
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사회자는 더 이상 그에게 질문하는  
것을 포기했는지 퀴즈 진행을 서둘렀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풀기 시작하자 그는 전현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는 오직 그녀 앞에 당당하게 멋진 모습으로 다시 서는 모습을 상상
하면서 문제에만 집중했다. 그 자신은 못 느끼고 있었지만, 스튜디오
에 있던 사람들이나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은 180도 달라진 그의 모   
습을 보며 내심 놀라고 있었다. 남자의 눈빛은 총기로 빛나고,문제의
답을 말하는 목소리는 자신감에 넘쳤다.                                      
마침내 마지막 한 문제를 남겨둔 상황까지 이르렀고, 사회자가 남
자에게 말했다. "정말 대단합니다!  
마지막 한 문제만을 남겨놓고 있는데요.  처음 인터뷰할 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진지한 모습, 아주 인상적 이었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떻습니까? 떨리지 않으십니까?"                     
남자는 침착한 태도로 대답했다.                                       
"여전히 떨립니다.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좋습니다. 마지막까지 선전을 기대하면서 마지막 
문제 드리겠습니다!"                                                                              
사회자의 질문이 끝나자 남자는 잠시 신중하게 생각하는 듯하더니
비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스튜디오에 손에 땀을 쥐는 긴장이 감돌  
았다. 남자는 마음을 졸이며 생각했다. 만약 정답이 아니더라도 괜찮
다고,이 정도까지만 해도, 그 스스로에게는 엄청난 발전이라고, 
이렇게 한 걸음씩 고쳐나가면 될 거라고 말이다. 그때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답입니다!"                                                              
동시에 팡파르가 퍼지면서 무대 위로 색종이가 날아다녔다.     
남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축하합니다! 자, 그럼 상금으로 무엇을 하실 건가요?"           
사회자가 묻자,남자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부탁이 있습니다. 지금 전화를 한 통 걸 수있을까요?  
상금을 어떻게 쓸지 꼭 말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거든요."              
곧이어 스튜디오에는 전화 연결음이 울려 퍼졌고, 모두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신호음에 귀를 기울였다.                                   
"여보세요?" 수화기 저편에서 남자 또래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어진 그녀였다.남자는 기쁨과 떨림이 뒤섞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우승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그녀가 말했다!"  "오늘 정말 멋있었어!"                                                   
그녀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연히 방송을 봤어, 고마워, 나한테 전화해줘서.......,"  
남자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말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뻤다.   
"고마운 건 오히려 나야,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나의 가장 큰 꿈이 뭔지 아니?" 그건 바로, 너를 평생 기쁘게 
해주는 거야!  전에 티베트에 가보고 싶다 했지? 나와 함께 
티베트로 여행 가주겠니?" 거기서 너와 다시 시작하고 싶어,"                                    
순간 스튜디오는 조?해졌고, 남자는 물론 사회자와 방청객 모두     
숨을 죽인 채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물론이야! 고마워! 그리고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기쁨과 감격에 겨운 그녀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자 
방청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그것은 용기 있는
사랑고백을한 청년에 대한 격려이자,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축복이었다.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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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