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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붙들렸다가는 노을

청산(푸른 산) 2012. 9. 28. 06:47

 

 
노을, 붙들렸다가는 노을   - 유종인

하루 취하기에는 초저녁부터 그렇더군 
벌써 실패한 사랑이 찾아오더군 
이쯤 세상의 문이란 문들은 모두 
두근거리는 불안의 심장이더군 
흔들리지 않고서야 길이 가지를 치겠나 
가지를 친 길목에 
미친 듯 몸부림치는 버드나무 한 그루에 
바람은 추운 굿춤을 추다 가더군 
오늘 마음 주지 않은 당신은 
어제 나를 버렸겠지만 
내일 황토 봉분으로 우두커니 노을 앞에 
남기도 남겠지만 
가다가 뒤돌아보는 눈길이 
너무 눈부셔 
캄캄하게 저녁의 구멍만 커지는 
당신도 하루마다 노을에게 목덜미를 잡히는 
말하는 비석, 하루마다 
碑文이 달라지는 가슴 나와 같더군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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