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자료/생활정보

[시승기]현대차의 새로운 기원, 제네시스[384]

청산(푸른 산) 2014. 7. 9. 07:14

 

  자동차 사진  
 

현대 제네시스는 현대차 라인업에서 이질적인 존재다. 현대차가 할 수 있는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담아 만드는 시장 선도차다. 제네시스는 그 이름처럼 새로운 기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은 차. 그도 그럴 것이 현대는 제네시스를 통해 토요타의 ‘렉서스’ 같은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를 꿈꾸었다.

하지만 상황이란 항상 녹록치 않은 법. 결국 제네시스는 ‘현대’라는 브랜드 내에서 고급 세단의 지위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되었다. 배경이 이렇다보니 제네시스는 태생부터가 기존 현대차와는 남달랐다. 그리고 2세대에 이르러 그 남다름은 결실을 맺게 되었으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차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이는 현대차의 차 만들기 자세가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한 자세가 7세대 쏘나타로 이어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1세대 제네시스가 현대차의 수준을 단번에 끌어올리기 노력했다면, 2세대 제네시스는 현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차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한 모습이다. 주행성능과 차체 강성, 안전 등 복합적인 요소를 하나씩 이뤄냈다. 특히, 그간 현대차가 세단에는 쓰지 않던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접목한 것이 만족스럽다.

  자동차 사진  
 

시승차를 받기 전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을 들린 적이 있다. 제네시스 파이니스트 에디션을 보며 만듦새에 감탄했었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마무리한 실내와 고급 옵션들이 만족스러웠다. 허나 시승차는 제네시스 G330 모던이다. 숫자에서 떠올리듯 V6 3.3L 엔진을 단다. 최고출력 282마력을 6,000rpm에서, 최대토크 35.4kg·m을 5,000rpm에서 낸다.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린다. 뒷바퀴굴림이 기본이지만, 옵션으로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 ‘HTRAC’을 더했다.

G330 모던 트림은 기본형이다. 기본형 모델이 가격 대비 가치가 뛰어나다고 판단했기에, 옵션은 부족하더라도 시승차가 반가웠다. 편의장비가 부족할까 싶지만, 평소에 필요하다 느꼈던 것들은 다 갖췄다. 자주 쓰는 편의장비는 그렇게 많지 않다. 가죽시트, 전동시트, 오토에어컨, 내비게이션, 통풍시트, 오토라이트 정도면 만족스럽지 않은가.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있다면 오토 홀드 기능의 부재다.

실내의 디자인은 간결하다. 손 내밀면 닿을 곳에 필요한 버튼이 있다. 직관적인 구성 덕분에 금방 익숙해진다. 간결한 배치와 디자인, 검은색 인테리어는 마음에 들지만 나무를 흉내 낸 유광 플라스틱이 분위기에 맞지 않는 느낌이다. 뒷좌석 공간은 넉넉하다. 뒷좌석을 위한 패키지를 달면 각도 조절도 가능한 만큼 다리 공간이 충분하다. 시승차의 뒷좌석은 고정식이지만 쿠션이 적당했고, 각도도 완만해 편안한 편이었다.

  자동차 사진  
 

부드럽게 가속 페달을 밟아본다. 가속 페달의 초기 반응은 살짝 느린 편이다. 그래서 조금 더 깊게 밟게 되는데, 이 때문에 킥 다운을 자주하게 됐다. 약간 여유를 갖고 밟는 힘을 유지하면 천천히 속도를 올린다. 8단 자동변속기는 적당히 회전수를 올리며 변속을 잇는다. 저속과 중속에서는 너비 짧은 기어비로 속도를 올리는 데 중점을 뒀다.

처음에는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의식했다. 분명 언더스티어로 세팅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움직임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전자식 네바퀴굴림으로 구동력 배분을 바꿀뿐더러 선회제동시스템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코너의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더욱 코너 안으로 파고 들 수 있는 기술이다. 코너링 하나만으로도 네바퀴굴림, 선회제동, 차체안전장치가 긴밀하게 발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 모드로 바꿨다. 가속 페달을 밟는 양에 비해 드로틀을 여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야 원만한 가속을 시작한다. 고속도로를 달린다면 원하는 속도를 맞춰 순항할 때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속도를 높여도 실내로 들이치는 소리는 크지 않았다. 엔진음이 들어오지만 기분 좋게 정제된 정도다. V6의 고동감 있는 소리다. 자동 8단 변속기는 빠르고 부드럽게 변속을 잇는다. 8단의 기어비가 상당히 길어 낮은 속도로 순항할 때는 7단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부드러운 승차감에 감탄하며 순항을 즐겼지만, 놀라운 점은 고속에서의 뛰어난 안정성이었다. 스포트 모드로 바꿔 가속을 시작했다. 가속 페달의 반응은 민감해졌고, 엔진 회전수 또한 높게 쓴다. 회전수를 올리는 만큼 올곧게 힘을 뽑아낸다. 자연스럽게 토크를 끌어올리는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감각이다. 회전 질감은 특별하지 않지만 상당히 호쾌한 가속이었다.
 

  자동차 사진  
 

수동 모드로 바꿔 8단을 유지한 채 속도를 계속 올려봤다. 8단의 기어비가 상당히 길었다. 시속 100km에서 약 1,650rpm을 유지했으며, 시속 120km에서 약 1,900rpm 정도를 유지한다. 다분히 연비를 의식한 세팅이다. 속도를 한껏 높여 달렸음에도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과거 현대차들은 고속에서 살짝 불안한 거동성을 보였다. 스티어링 휠의 불확실한 유격이나 차체 강성, 서스펜션 세팅 등이 엮여 어느 선을 넘으면 불안했다. 그 부분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불안감을 느끼는 범위가 상당히 뒤로 물러난 것이다.

그러나 제네시스는 그 이상이었다. 속도를 한껏 높여도 불안한 감각이 영 들지 않았다. 노면의 상태를 가리는 부분은 있지만, 대부분의 노면을 부드럽게 타고 넘었다. 볼록한 턱을 잔뜩 세워놓은 구간에서도 차체를 노면에 꼭 붙이고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잔 진동을 남기지 않았다. 코너링 시 차체의 기울임은 약간 있다. 서스펜션의 위아래 움직임 또한 약간의 여유가 있다. 승차감을 의식한 세팅으로 보인다. 허나 코너링 시 차체를 안정감 있게 잡아준다. 고속으로 달릴 때면 평범한 굴곡이 코너로 변한다. 그 사이를 헤집는 동안 가장 필요한 것은 든든하게 버티는 서스펜션이다. 뛰어난 안정성과 부드러운 승차감 덕분에 운전이 편안했다.

  자동차 사진  
 

종합적인 개선의 효과지만,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서스펜션과 차체 개선이다. 어퍼암, 로어암을 이전 세대 대비 40% 가까이 강화했다. 선회 시 캠버각의 변화도 2.2°에서 1.7°로 줄었다. 코너에서 횡력을 버티는 힘을 키우고, 직진 안정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차체 또한 크게 바뀌었다.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추가하며 상당 부분을 개선, 소재를 바꿔 강성을 높였다.

차체도 강성을 위해 크게 바꿨다. 뒷바퀴굴림 플랫폼을 네바퀴굴림 플랫폼으로 바꾸며 상당 부분을 개선하고, 소재를 바꿔 강성을 높였다. 고장력 강판의 사용 비율은 51.5%다. 이는 1세대 제네시스에 비해 3.7배나 늘어난 것이다. 비틀림 강성 또한 16% 올랐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운전 감각을 끌어냈고, 더불어 안전성 또한 비약적으로 올랐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시험을 통과, IIHS가 추천하는 가장 안전한 차에 오르기도 했다.

  자동차 사진  
 

올해 5월, IIHS는 충돌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제네시스는 승용차 중 세계 최초로 전체 항목 세부평가에서 만점을 거둔 차가 됐다. IIHS는 스몰오버랩, 측면충돌, 전면오버랩 등의 충돌시험을 진행하고, 상해 가능성을 평가한다. 평가 등급은 총 4가지로 나뉘며, 최고 등급은 굿(Good)이다. 세부 평가 기준이 아주 까다로워, 전체 항목 세부 평가에서 만점을 획득한 차가 없었다. 특히 스몰오버랩 부문이 중요하다. 시속 64km로 달리는 차의 운전석 쪽 앞부분 25%를 단단한 벽과 부딪치는 시험으로 2012년부터 추가됐다. 상당히 까다로운 테스트다. 때문에 스몰오버랩 통과를 위해 설계를 개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몰오버랩을 전부 만점으로 통과하고 측면 충돌의 세부평가에서 만점을 놓친 경우도 있었다.

제네시스는 추가 시험인 충돌회피 장치 평가에서도 만점을 받았다. 전방추돌경고 기능 유무, 자동 제동 기능을 평가한다. 시속 12마일(시속 19km) 주행과 24마일(시속 38km) 주행 시 장애물을 판단, 자동으로 멈춰야 한다. 제네시스는 정확히 정지한데다 급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자세 제어장치와 연동해 앞차를 피하는 긴급회피 보조 기능이 효과를 거뒀다.

분명 제네시스는 발전했다. 주행성능의 기본기가 확실하다. 네바퀴굴림이라는 새 구동계를 적용하고, 섀시와 서스펜션을 매만져 안정감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현대차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제 남은 것은 수입 라이벌들과 대결할 질 좋은 디젤 엔진 정도다.

글·안민희
사진·김위수(스튜디오 폴릭)

자동차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