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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봄

청산(푸른 산) 2014. 3. 20. 10:40
 
♣♡ 아내의 봄  ♡♣ 

요즘 아내를 볼 때마다 안 됐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바른 자세로 통통거리고 다니던 그가 요즘은 구부정하다. 
그 뒷 모습을 볼 때마다 콧날이 시큰해 온다.
물론 내 모습도 마찬가지지만, 
난 항상 아내와 처음 만나던 때를 생각한다.
일생 동안 아이들과 내 뒷바라지를 하느라고 
혼자서는 여행 한 번 제대로 못간 사람! 
지금도 아이들만 보면 꾸역꾸역 먹이려는 사람! 
자기가 입는다고 신는다고 물건을 샀다가 
입는둥 마는둥 하고 그것을 딸들에게 주는 엄마! 
이젠 자식들이 다 자리잡아 밥먹고 사는데도 주려는 엄마!
그렇다고 우리가 가진게 많은 것도 아닌데 
"이젠 나이들어 이런건 필요없어" 하고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여자! 그러다 혼자서 우는 여자!
여자들은 과거를 그토록 못잊는 것일까?
아내는 말로 표현은 안해도 과거에 대한 회한이 많은 듯 하다.
요즘 봄이 되어서일까? 
아내가 서글퍼지는 것 같아 내가 입을 열었다.
"여보! 오늘 백화점에나 갔다 옵시다."
"웬 백화점?""당신 봄 옷이나 한 벌 사 주려구!"
나는 아내가 옷을 좋아하는 것을 안다. 그리고 자기 몸에 
꼭 맞는것보다 조금 여유가 있는 옷을 고르는 것도 안다. 
그것은 자기가 입다가 좁 싫증이 나면 
딸들에게 주려고 하는 거다.
나는 차를 몰아 우리가 10여전 까지 산 평촌으로 나갔다.
평촌에서 10여년 살았기 때문에 
그 동안도 웬만한 장은 평촌으로 다녔다.
지금은 우리가 살 때보다 
백화점도 많아져서 이런 날 들리기는 좋다.
한 백화점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봄옷을 샀다.
여러곳을 다니다가 이 옷을 고른다.
본래 이 사람은 붉은 계통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예외다.
노란 계통은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헌데 여자들 옷은 왜 이리 비쌀까? 
옷감도 얼마 안 든 것 같은데!
그리고 봄인데 세겹이라고 했더니 한꺼번에 입는게 아니란다.
나는 혼자 저 옷을 입은 아내를 그려본다. 
기분이 좋다.나올 때만 해도 어둡던 아내의 얼굴이 펴졌다. 
그러면 됐다.아내는 아랫층으로 내려오더니 
신발 구두 가게를 둘러 본다.
나는 속으로 오늘 박아지 옴팡 쓰는구나! 했는데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방을 고르고 나온다.
평소엔 이렇게 화사한 가방을 안 드는데
오늘은 색의 변화를 구한다.
백화점을 나오는 아내의 모습이 밝다.
"다음 주가 당신 생일인데, 내것만 샀네....."
미안하다는 뜻인지 고맙다는 뜻인지?
우리는 평소처럼 "곰보냉면"집으로 갔다.
냉면을 좋아하는 나는 평촌의 이 냉면집이 단골이다.
그리고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집으로 달렸다.
집에 들어서자 아내는 오늘 산 옷을 입어보며 혼자 
페션쇼를 한다.가방을 옆에다 끼어 보기도 하고 둘러 
미어보기도 한다.
그리고 전에 입던 옷으로 매치를 시켜보기도 한다. 
 "여보! 어느 게 더 어울려?"
나는 바라보지만 사실 심사평을 할 식견이 부족하다.
"다 좋은데....""그런 말이 어딨어!"
새 옷을 입고 이리저리 맵시를 보는 아내가 예쁘다.
할머니의 얼굴이 아니라 20대의 얼굴이 스쳐간다.
우리는 26살 28살로 만나 46년을 살아왔다.
그 때는 여자가 나이 들었다고 수군댔는데, 
요즘은 30을 넘어서 여자들이 결혼을 하니,
이거 사회적으로 문제인 것 같다. 
앞으로 저 여자에게 얼마나 더 옷을 사 줄 수 있을까? 
하니 마음이 찡해진다.
"예쁜 옷 입고 건강만 해 다오"
간절한 소망을 가슴에 새긴다.
                  -우산님b에서 옮긴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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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청 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