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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맛집

청산(푸른 산) 2013. 8. 7. 11:50


대통령의 맛집

박 대통령, 하동관 곰탕  헬기로 공수해서 먹어


2007년 6월 1일, 서울 청계천 일대 
도시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일대의 많은 상인이 
정든 곳을 떠나갔다. 
낡은 대문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김희영(72) 대표 역시 떠났다. 
70년 가까이 그 자리를 지켰던 ‘을지로 하동관’ 은 
그렇게 명동으로 옮겨갔다.  
“지금은 추억까지 팔고 있어요”, 
한동안 재개발지역을 돌아서 출근을 했어요. 
번번이 울면서 왔었죠.” 
눈시울이 벌건 김희영 대표가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1939년에 문을 열어 곰탕만으로 3대를 거쳐 왔어요. 
수십 년간 함께 한 곳을 떠나는 게 아쉬워 
대문까지 가지고 왔죠.”  
명동으로 이전한 하동관 입구에는 주변 건물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나무 대문이 달려있다. 
“나무 탁자, 놋그릇, 칼, 가져올 수 있는 건 다 가지고 왔죠. 수십 년간 내 손때가 묻어있는 것들이에요. 버릴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것들이죠.” 하동관은 70년간 곰탕과 수육, 딱 두 가지만 팔아왔다. 하동관의 시간은 늘 멈춰서 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는 나이 든 손님이 유독 많다. “처음엔 음식을 팔았고 지금은 추억까지 덤으로 팔고 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님 빼고는 모든 대통령님이 우리 집 단골이셨어요. 과거 종로에는 정계, 재계, 문화계 등 많은 분이 계셨거든요. 그분들이 모두 단골로 오셨죠. 대통령에 당선되신 후에는 청와대에서 포장을 해 가지고 가셨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독 하동관의 곰탕을 사랑했다. 초도순시 때는 참모들과 함께 곰탕을 즐겨먹었다. 제주도 초도순시 때는 헬기편으로 30인분의 곰탕을 공수해 점심 식사를 했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역시 청와대에서 자주 배달해 먹었다. “예전에 방문하실 때는 그 분들이 대통령이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죠. 그래도 대통령이 된 후에 저희 집 곰탕맛을 잊지 않으시고 주문까지 해서 드시니 정말 감사하죠. 저희 집에 손님이 많아 직접 오시기는 힘들거든요.” 하동관은 철저한 선불제다. 밀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도저히 후불계산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70년 세월 동안 딱 한 명의 외상손님이 있다. 바로 ‘장군의 아들’ 김두한 전 의원. “어느 날 친구 두 분하고 오셨어요. 곰탕을 드시고 ‘달아놔’ 하고 가셨죠. 그리고 일주일 후에 돌아가셨어요. 유일한 외상 손님이셨죠. 고기라도 한 점 더 드리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흘러간 세월만큼 하동관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호텔 요리와 비교도 할 수 없다는 극찬을 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방문 때마다 종업원들에게 천 원짜리 새 돈을 봉사료로 주었다고 한다. 또한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도 하동관의 단골손님이다. 하동관의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영화인들의 청계천 청소 행사 때는 손님들이 몰려 오후 1시30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음식은 재고가 남으면 맛이 없어요. 늘 새로 만든 음식을 손님들께 드려야죠. 음식장사는 누구보다 정직해야 돼요. 사람 입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좋은 재료로 그날 팔 것만을 만들고 다 팔리면 문을 닫아야죠.” 김 대표는 최근 사회사업을 시작했다. 자세한 내용을 묻는 기자에게 “3대가 손님들께 사랑을 받았어요. 이젠 제가 베풀어야 해요. 조용히 하고 싶어요” 라고 말했다. 70년의 세월을 지켜온 정직함은 오늘도 명동의 가마솥에서 펄펄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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